<정글북>-모글리 문제 고민, 늑대들의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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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이야기는 100년이 지나도 어젯것마냥 새롭다. 영국 소설가 J. 러디어드 커플링이 1894년 쓴 <정글북>이 그렇다. <정글북>은 커플링에게 최연소 노벨문학상을 안겨줬다.

존 파브로 감독은 “이 ‘대단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단한’ 컴퓨터그래픽(CG)을 덧씌웠다. 디즈니가 1967년에 이어 다시 <정글북>을 꺼내놨다. 이번에는 실사영화다. 모글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CG다. 정글 속 하늘과 물, 꽃나무, 늑대, 곰, 호랑이, 코끼리 등 전부다.

모글리는 늑대들과 함께 자란다. 엄마 락샤는 모글리를 다른 늑대 새끼와 함께 키운다. 하지만 정글의 왕 호랑이 시어칸은 다르다. 모글리는 인간일 뿐이다. 시어칸은 모글리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벼른다. 늑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모글리는 인간의 마을로 향한다. 흑표범인 바기라가 그와 동행한다. 모글리는 우연히 만난 곰 발루와 친해지면서 정글에 남기를 원한다. 하지만 시어칸은 모글리를 추적한다. 모글리는 마침내 ‘빨간 꽃’을 들고 시어칸과 맞선다.

[영화 속 경제]<정글북>-모글리 문제 고민, 늑대들의  ‘집단지성’

모글리는 늑대무리 속에서 큰다. 늑대의 집단생활은 인간의 그것과 닮은 구석이 많다. 리더가 있고, 서열이 있고, 위계가 있다. 늑대들은 외친다. “늑대는 무리고, 무리는 늑대다”라고. 시어칸은 늑대들에게 “모글리를 내달라”고 요구한다. 모글리를 무리 속에 두자니 시어칸이 공격해 올 테고, 같이 자라온 모글리를 내치자니 ‘늑대’답지 못하다. 늑대들은 난상토론을 벌인다. 최적의 결론은 무엇일까.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두 명보다는 세 명이 더 좋은 생각을 낼 가능성이 크다.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을 하거나 경쟁을 통해 얻게된 지적 활동의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집단지성은 개체의 지적능력을 넘어선 힘을 발휘한다. 이 개념은 개미에게서 나왔다. 미국의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는 1910년 <개미:그들의 구조, 발달, 행동>이라는 책을 통해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휠러는 개체로는 미미한 개미가 협업을 하면 거대한 개미집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했다. 개미 자체의 지능은 낮지만 무리를 이루면 높은 지능체계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벌, 떼지어 이동하는 새, 물고기 등에서도 집단지성을 관찰할 수 있다. 집단지성은 생물학뿐 아니라 과학,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집단지성을 모으기 쉬워졌다. 위키피디아나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을 남기면 많은 사람들이 답변을 하면서 최적의 답을 찾아나간다. 구매하려는 도서가 좋은 책인지 확인하려면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나 ‘예스24’에 달린 구매 댓글을 보면 참조가 된다. 트위터의 ‘리트윗’이나 페이스북의 ‘좋아요’도 대중들로부터 의견을 모으는 좋은 도구다.

집단지성은 민주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민주적인 합리성은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여서 논의를 한다고 모두 좋은 결론을 내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집단사고(groupthink)’에 빠질 수 있다. 집단사고란 응집력이 높은 집단에서 만장일치가 요구될 때 그 집단이 내리는 엉터리 결정을 말한다. 케네디 행정부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사건, 존슨 행정부의 베트남 정책, 닉슨 행정부의 워터게이트 사건 등이 미국의 대표적인 ‘집단사고’의 예다. ‘최고의 엘리트집단’들이 집단사고에 빠지면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다.

늑대들이 모글리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난상토론을 벌인 것은 ‘집단지성’을 모으기 위해서다. 모글리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어떤 결론이 내려졌을까. 조직은 ‘집단지성’과 ‘집단사고’ 사이에서 매번 아슬아슬한 외줄을 탄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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