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발 ‘PM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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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적] 환경부발 ‘PM 게이트‘

경유차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찍힌 경유차 운행을 줄이거나 비용을 높이는 정책 방향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한심하다. 당장 나온 것이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방안이다. 현재 국내 기름값의 60% 이상이 세금이다. 휘발유의 가격이 100이라면 경유는 85 수준으로 세금을 통해서 맞춰져 있다. 정부가 2007년 경유차에 혜택을 주려고 유류세를 이렇게 조정했다. 이때 환경부를 비롯한 당국은 뭘 했는지 자아비판부터 내놓을 때다.

그러나 세금을 맡은 기획재정부 쪽은 경유세부터 올리는 건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산업계, 자영업자에 주는 영향 등을 골고루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을 높이는 방안을 거론했다. 특히 PM2.5 이하 미세먼지는 그 자체가 발암물질로 분류될 만큼 위험요소다. 비산먼지가 미세먼지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다. 비산먼지 중에 자동차, 특히 경유차의 비중이 얼마인지 환경부는 속시원한 설명부터 내놔야 소비자들이 수긍하게 된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듯 환경부는 더 중요한 PM2.5 측정조차 제대로 안 하고 있다. “휘발유차라도 배기가스 자체에서는 미세먼지가 적지만, 나오자마자 다른 먼지와 붙어 2차 미세먼지를 양산한다”고 하는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의 말도 새겨들을 만하다. 불과 엊그제만 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연비가 자동차산업의 핵심 쟁점이었다가 하루아침에 미세먼지로 중심이 이동했다. 소비자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또 눈먼 세금 뜯어내기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낸다. 사실 지구적으로 환경문제에서 더 주목받는 것은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온실가스를 10%라도 줄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중국발 황사를 비롯한 미세먼지를 악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배트를 너무 길게 잡고 한 방에 만루홈런을 치겠다며 이상적으로 접근하는 정책은 아마추어적이다. 언제까지 노후 경유차를 없앨지 가능한 수치부터 제시해야 옳다.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달지 않거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차량에 벌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 ‘오염 배출기’로 전락한 경유차를 굴리는 데 비용이 더 들게 만들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옮겨갈 것이다. 부처 간에 합의된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소비자가 알아듣기 쉽게 산술로 계산서를 제시하면 그만이다. 환경부는 볼과 스트라이크를 가려내는 선구안부터 필요해 보인다. 힘만 들어가면 자칫 헛스윙 당하기 십상이다. 소비자들은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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