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다이노>-알로 공룡가족의 겨울나기 ‘식량 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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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멸망설 중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지구와 운석의 충돌이다. 그 충격파로 지구는 긴 빙하기가 시작된다. 공룡은 멸망하고 인류를 비롯한 포유류가 살아남는다. 그런데 만약 그 운석이 지구를 피해갔다면? 지금 지구의 지배자는 공룡일까?

피터 손 감독의 <굿다이노>는 아마도 진화한 공룡이 도구를 사용해 농사를 짓고, 야생의 인간이 애완동물이 되는 세상이 되었을 것이라 상상한다. <굿다이노>는 초식공룡인 아파토사우루스 ‘알로’가 주인공이다. 3남매 중 막내인 알로는 겁이 많다. 아빠는 알로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감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고로 아빠는 숨지고, 알로도 실수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다. 홀로 농사를 짓는 엄마를 생각하면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길을 알 수가 없다. 홀로 된 알로는 야생인간 스팟을 만난다. 냄새를 잘 맡고, 주인에게 충실한 스팟은 알로의 동행이 된다.

알로네 가족의 양식은 옥수수다. 가족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옥수수를 많이 저장해야 한다. 아빠는 밭을 갈아 옥수수를 재배하고, 수확한 옥수수는 집 옆 돌무덤 저장고에 비축해놓을 참이다.

[영화 속 경제]<굿다이노>-알로 공룡가족의 겨울나기 ‘식량 저축’

초식동물인 아파토사우루스로서는 겨울에 먹을 식량을 저축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풀을 먹어야 하지만 겨울에는 풀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치 않게 생산되는 식량에 대비하는 방법은 ‘저축’이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저축이란 ‘소득을 소비에 사용하지 않고 남은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고전학파는 사람들이 수입의 일부를 절약하면 소비되지 않는 생산물이 생기고, 이는 자본으로 축적된다. 또 절약의 의미로는 현재 소비할 수 있는 쾌락을 절제한 것으로 봤다. 저축은 절약의 대가이며, 이자는 즉시 소비하지 않은 절제의 대가로 절약한 사람에게 주는 보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절약과 저축은 미덕이 됐다.

사람들은 저축을 얼마나 할까. 그 크기는 소득수준, 물가수준, 이자율, 개인의 주관적 평가 등에 따라 결정된다. 소득 중 얼마를 저축하느냐를 따지는 지표가 ‘저축성향’이다. 일정 소득 증가에 대한 저축 증가의 비율은 ‘한계저축성향’이라고 부른다. 저축성향의 반대편에는 소비성향이 있다. 얼마를 벌어 얼마를 쓰느냐를 따지는 지표다. 저축성향과 소비성향을 합치면 1이 된다.

거시경제에서 저축은 여러 종류가 있다. 민간저축은 가계소득 중에서 소비와 세금을 납부한 뒤 남은 금액을 말한다. 정부저축은 정부 수입에서 정부 지출을 제하고 남은 금액이다. 만약 남으면 재정흑자, 부족하면 재정적자다. 국민저축이란 경제 전체의 소득에서 소비와 정부 구입을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 투자와 의미가 같다.

개인의 저축은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해왔다. 투자를 할 자금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축을 너무 많이하면 경제가 되레 죽을 수도 있다. 소비가 줄어들어 기업 생산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를 ‘저축의 역설’이라고 한다.

강요당하는 저축인 ‘강제저축’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생길 때다. 물가가 크게 오르면 소비자들은 부담을 느끼게 돼 소비량을 줄이게 된다. 사회적으로 볼 때 소비를 줄인 만큼 저축이 된다. 강제저축을 유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증세가 있다. 세금을 올리면 물건가격이 인상돼 소비가 줄어든다. 강제저축은 개인의 자발적인 저축액만으로 투자자금을 모으지 못할 때 개인의 소비를 단념케 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알로네 가족도 저축을 강제당한다. 겨울 추위가 곧 닥친다. 다만 인간과 다른 것은 과도할 만큼 저축을 하거나, 이렇게 저축한 음식을 교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저축하고 쓴다면 저축이 경제에 문제될 일도 없을 것이다. 항상 탐욕이 사고를 친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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