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 방송 무한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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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동안 예능과 드라마에 걸쳐 2016년 방송가를 전망해봤습니다. 이번에는 방송가 전반의 환경변화를 주제로 2016년 방송의 틀 자체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SBS는 2016년을 앞두고 시사교양본부를 신설했습니다. 기존의 교양본부를 놔두고 앞쪽에 ‘시사’를 붙인 것은 탐사보도를 중점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지난해 방송 1000회를 맞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해서 <궁금한 이야기 Y> 등의 프로그램이 시사교양본부 소속으로 제작됩니다.

SBS

SBS

한쪽에서는 이렇게 부서의 특수성을 강화하는 반면에 그것을 타파하려는 조직도 있습니다. KBS는 신임 고대영 사장이 신년사로 “직종을 모두 없애고 직급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방송사에는 PD나 기자, 아나운서 등의 직종이 있는데, 이를 모두 없애고 ‘국장’ ‘부장’ ‘사원’ 등의 직급만 남기자는 거죠. 이는 이미 MBC가 하고 있는 변화인데, 이와 관련해 노사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당장 KBS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직종의 전문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직종의 벽을 허물고 무한경쟁에 나설 것인가. 많은 방송사들이 현재 강요받고 있는 변화의 한 단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쪽에서는 직종의 심화를 통해 특성화를 시켜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도 합니다.

KBS

KBS

아마 새해 각 방송사의 시사와 교양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방송사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각 방송사들의 수장들은 모두 변화와 변신 또는 창의성을 언급하며 경쟁을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경쟁을 강요당하는 방송가에는 이를 둘러싼 큰 두 가지의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내부적인 변화이고, 하나는 외부적인 변화입니다. 지난해는 어떤 해보다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였습니다. 이른바 MCN(Muti Channel Network)이라고 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1인 방송을 가능하게 만드는 플랫폼들이 어느 때보다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MBC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담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죠. 앞으로 대기업들의 참여가 심화돼 경쟁이 치열해지면 지상파와 케이블들은 또 하나의 먹거리를 외부에 내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MBC

MBC

그리고 해외, 특히 중국 자본과 콘텐츠의 공세도 무시 못할 변수입니다. 이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연출한 장태유PD나 ‘쌀집 아저씨’로 유명했던 김영희PD는 회사를 뛰쳐나와 중국으로 향했습니다. 요오쿠나 아이치이, 투도우 등 주요 동영상 포털 사이트들도 국내 제작사들과 협업해서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이미 중국에는 한국의 프로그램 설정을 딴 비슷한 아류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한국 방송사 입장에서는 중국의 쇄도를 저지하면서도 국내 콘텐츠를 무난히 수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죠.

요약하면 안으로나 밖으로나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했다는 말을 하는 게 입이 아플 지경입니다. 하지만 하나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방송은 사람으로 비롯돼 사람으로 향한다는 사실을요. 효율이나 이익만을 강조하고 사람이 배제된 TV 프로그램들은 결국은 안 보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현재는 볼 게 TV가 아니라도 너무 많은 시대이니까요.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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