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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저물고 2016년 새해가 밝아 옵니다. 이 ‘클릭TV’ 코너를 쓰게 된 것도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세 번에 나눠서 2015년 방송가를 정리하고 새해 방송가를 전망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시간은 먼저 TV 예능입니다. 2015년 TV 속 예능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밥값 해야 할 사람들이 밥값을 하지 못했고, 밥값 안 해도 되는 사람들이 밥값을 한 해’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때 안방극장을 휘저었던 ‘육아 예능’의 열풍은 다시 ‘요리 예능’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인 미디어’와 결합하기도 하고, 여행과도 결합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2015년 사랑을 받았던 예능 프로그램의 순위를 발표했더군요. 10주년을 맞아도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하는 MBC <무한도전>이 1위를 차지했고, ‘육아 예능’ 인기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가 2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미스터리 음악쇼’를 표방하는 MBC <일밤-복면가왕>과 여행과 요리를 결합한 tvN의 <삼시세끼>가 뒤를 이었습니다.

MBC

MBC

<무한도전>을 빼놓고는 웃음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등장했던 출연자들은 배우 송일국과 격투기 선수 추성훈, 축구선수 이동국과 가수 타블로 등이었습니다. 굳이 대중에게 웃음을 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웃음 생산의 최전선에 섰던 것이죠.

<복면가왕> 역시 대부분의 출연자가 가수였습니다. 또 배우도 있었고, 아나운서도 있었습니다. 전문 예능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객석에 앉아 이들의 노래를 품평하는 역할을 맡았죠.

<삼시세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농촌과 산촌의 모습을 보여준 ‘정선편’은 배우 이서진과 김광규, 그룹 2PM의 멤버 택연이 등장했습니다. 어촌의 일상을 전남 만재도에서 보여준 ‘어촌편’에는 역시 배우만 셋으로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등장했습니다. 코미디언, 개그맨, 예능인 등으로 불리는 이들의 모습은 없었죠.

tvN

tvN

하지만 웃음을 전문으로 주는 프로그램을 보면 그 성과는 조금 참담하다 싶습니다. 간판격인 KBS2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8~9%대로 잘나가던 당시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났습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선전했지만 아직 <개그콘서트>와 함께 한 자릿수 시청률입니다. 심지어 MBC는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개그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예측 가능한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은 고전을 한 셈이죠.

얼마 전 2015년 송년 모임 때문에 SBS 이창태 예능부문 본부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2015년 한국 TV 예능의 특징을 ‘의외성’으로 정리했습니다. 다들 안 된다고 했던 MBC <일밤-복면가왕>이나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 <삼시세끼>가 왜 인기를 얻었을까요. 그렇게 예상치 못한 유행이 TV를 휩쓸고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일이 새해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TV 예능은 ‘새로움’보다는 검증된 재미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2015년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을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요. 새롭게 소재의 영역을 개척한 프로그램은 살아남았고, 기존 프로그램의 문법을 따르는 프로그램은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 본부장은 “새해에는 ‘스트롱(Strong)보다는 뉴(New)’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육아, 요리, 관찰. 이 모두가 정체된 이 시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자가 이긴다고요. 2016년, 그 첫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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