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으로 돌아온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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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세 번째 마술이 시작됐습니다. 이 마술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을 과거로 소환하는 마술이죠. 시청자들은 소름 끼치게 재현된 배경 아래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 속에서 각자의 과거를 보거나, 과거의 신기한 풍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마술의 이름은 <응답하라> 시리즈입니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세 번째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 1997년을 재현했던 드라마는 이듬해 1994년으로 우리를 데려다줬습니다. 이번에 신 PD와 이 작가가 소환한 것은 1988년입니다. 아직 극 초반이지만 다양한 고증과 그 시대의 재현이라는 드라마 특유의 재미는 사라지지 않았더군요.

[클릭TV]1988년으로 돌아온 <응답하라>

1988년은 제작진이 <응답하라 1994>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고심한 끝에 택한 시기입니다. <응답하라 1994>는 케이블채널 드라마로서는 전인미답의 시청률인 두 자릿수를 올렸습니다. 지금은 좀 다르긴 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의 시청률 차이를 ‘곱하기 10’으로 표현하는 환경에서는 대단한 성공이었습니다.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을 앞섰을 정도였으니까요.

1988년은 제24회 서울올림픽이 열린 시기입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을 내세우던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였죠. 세계적인 경기호황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풍족함이 사회를 지배하던 시기였습니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듯이 금리는 10%가 넘었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은 취할 수 있던 시기였습니다.

원래 제작진은 여러 시기를 저울질했습니다. 한·일월드컵의 열기와 효순이·미선이 사건으로 전국이 들끓었던 2002년도 후보였고, 2000년 밀레니엄을 코앞에 둔 1999년도 후보였습니다. 물론 1988년도 후보였죠. 하지만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PD와 작가에게는 그 시절의 재현은 도전이었습니다. 결국 제작진은 시계를 27년 전으로 돌려 1988년을 소재로 삼게 됐습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남아있고, 마음이 풍족했으며 여러 가지 변혁기를 거치는 1988년이 매력적인 시기였음에는 분명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지난 작품들과 다르게 젊은 연기자들에게 방점이 찍히지는 않습니다. ‘코믹 가족극’을 내세워 서울 쌍문동에 사는 다섯 가구의 가족들이 그 시절을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남녀 간의 연애보다는 아들과 딸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시선과 부모들에게 반항하고 효도하던 당시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방송의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선 케이블드라마의 소재를 확장하며, 오히려 지상파보다 더욱 광범위한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가능성 있는 연기자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지상파 위주로 움직이는 드라마 판도에서 예능PD, 예능 작가 출신의 제작진이 보여준 세계는 분명 새로웠습니다.

<응답하라 1988>이 어느 정도까지 시대를 다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는 민주화 열망이 강했고, 청춘이 저항의 상징이었기 때문이죠. <응답하라 1997>에서는 IMF 구제금융을 소재로 삼았고, <응답하라 1994>에는 삼풍백화점 붕괴 등 시대의 아픔을 담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지켜볼 만한 드라마가 생겼습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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