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코믹, 로맨스가 합친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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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50부작으로 기획된 드라마는 현재 10회까지 방송됐지만 이미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시청률은 14%에 육박하면서 지상파 3사 월화극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육룡이 나르샤>의 인기를 더욱 많이 체감할 수 있는 곳은 온라인 공간입니다. 주인공인 이방원 역의 유아인, 이방지 역의 변요한 등이 등장하는 패러디 포스터가 다수 등장했고요, 최근에는 ‘삼한제일검’으로 불리는 길태미 역 박혁권이 무사답지 않은 짙은 화장과 교태가 섞인 몸짓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육룡이 나르샤>는 대한민국 사극 진보의 단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룡이 나르샤>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넘어가는 변혁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2011년 큰 인기를 얻었던 유명 사극작가 김영현, 박상현 작가가 다시 뭉친 작품입니다. 당시 조선 건국에 기여했던 이성계(천호진), 정도전(김명민), 이방원 등이 실제인물일 뿐 이방지나 무사 무휼(윤균상), 이방원의 연인이 되는 분이(신세경) 등의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입니다.

SBS 제공

SBS 제공

드라마는 이들 여섯 명의 인물이 조선 건국을 주도하는 이른바 ‘육룡’이 돼 세상을 바꾼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7회부터는 정도전의 뜻에 따라 각지에 흩어진 용들이 함주로 집결해 드라마에 전환점을 가져왔습니다.

<육룡이 나르샤>는 기본적으로는 사극 장르이지만 판타지와 무협, 코믹, 로맨스 등 다양한 드라마의 작법을 따왔습니다. 가상의 인물인 정도전의 호위무사 이방지가 칼을 휘두를 때는 무협영화를 보는 것 같고, 이방원과 분이가 사랑싸움을 하는 모습은 요즘 방송되는 흔한 로맨틱코미디 같습니다. 그리고 조선제일검으로 묘사되는 무휼은 허당의 모습이 가득한 무사로 그려지면서 웃음을 주고 있죠. 한 작품에서 여러 장르의 장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영화계에서 몰려온 배우 유아인의 존재감 역시 드라마의 화제성에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유아인은 올해 들어 충무로에서 가장 많이 찾는 남자 배우 중 한 명입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에서 안하무인의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천연덕스럽게 해내더니,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에서는 비운의 왕세자 사도 역을 해냈습니다. 두 영화를 통해 1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유아인이 곧바로 차기작을 <육룡이 나르샤>로 택하자 대중들의 관심은 이 드라마로 바로 옮겨오게 됐죠.

조선의 건국은 많은 드라마에서 다뤄져 오던 소재였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면 KBS의 드라마 <용의 눈물>이 그러했고, 최근 주말극으로 방송된 <정도전>에서도 이 이야기가 다뤄졌습니다.

<육룡이 나르샤>는 많이 들었던 이야기, 많이 봤던 설정 등을 지금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게 적당히 뒤틀고 바꿨습니다. 여기서 결코 대중들의 거북함을 자아내는 선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 <육룡이 나르샤>의 인기 원인인 것 같습니다. 가공의 인물을 만들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이를 적당히 이용해도 대중이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보여줬죠.

하지만 이 드라마는 50부작입니다. 결국 드라마를 이끄는 것은 서사의 탄탄함이죠. 초반의 인기는 의도한 것일 수 있지만, 마지막 유종의 미는 결국 이야기에서 판가름 날 겁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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