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드라마, 대세로 자리 굳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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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한 드라마의 캐스팅 소식이 방송가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케이블채널 tvN에 편성된 <치즈 인 더 트랩>이라는 작품이었는데요. 이 드라마는 배우 박해진을 남자 주인공으로 확정하고 한창 캐스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 홍설 역을 놓고 화제가 된 것이죠. 홍설 역이 문제가 될 구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 배역을 누가할지에 대해 누리꾼들의 관심이 몰렸던 거죠. 누리꾼들은 수지, 천우희, 김고은 등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을 올려놓고 설전을 벌였습니다. ‘누가 이런 매력이 있으니 홍설 역을 해야 한다’는 글들로 온라인은 넘쳐났죠.

치즈인더트랩 / 경향신문 자료사진

치즈인더트랩 / 경향신문 자료사진

<치즈 인 더 트랩>은 2010년 순끼 작가가 그린 웹툰으로, 평범한 여대생 홍설과 어딘가 수상한 구석이 있는 그의 선배 유정이 펼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웹툰처럼 기승전결이 급박한 장르물로서의 특징이 있다기보다는 남녀의 심리묘사,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 등 섬세한 필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런 작품일수록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데요. 그래서 누리꾼 사이에서는 <치즈 인 더 트랩> 애독자이면서 웹툰의 줄거리, 나아가서는 드라마 캐스팅에까지 개입하는 팬들을 제목의 첫 글자를 따서 ‘치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굳이 <치즈 인 더 트랩> 예를 들지 않더라도 웹툰 드라마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이 경향은 방송사 편성표를 죽 훑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방송 중인 작품은 MBC 수목극 <밤을 걷는 선비>와 JTBC의 <라스트>입니다. 지난해 윤태호 작가의 원작 tvN <미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후 올 초에는 SBS <냄새를 보는 소녀>와 <하이드 지킬, 나>, 그리고 tvN <호구의 사랑> <슈퍼대디열> <구여친클럽>이 방송됐습니다. 또한 작가 황미나의 만화 <굿바이 미스터블랙>이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 역시 JTBC가 드라마화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밤을 걷는 선비 / MBC

밤을 걷는 선비 / MBC

안방극장 드라마는 과거 주로 소설 원작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이후 방송사들이 자체적으로 극본 공모를 하면서 ‘전속 작가’ 시대를 열었습니다. 웹툰 원작 드라마 제작 경향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있어 왔지만 2015년 바로 지금 전성기를 달리는 느낌입니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매력은 탄탄한 구성입니다. 소설은 20부나 24부 드라마를 만들기에는 깁니다. 하지만 웹툰은 이미 시즌제가 정착돼 있어 드라마화하기에 적당한 길이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얼개는 웹툰 작가의 손으로 완성돼 있기 때문에 인기있는 작품의 경우에는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냄새를 보는 소녀 / SBS

냄새를 보는 소녀 / SBS

게다가 글자로 된 매체와 달리 웹툰은 배우의 이미지나 상황 설정 등이 이미 그림으로 완성돼 있기 때문에 드라마화할 때의 상황을 가정하는 ‘콘티’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웹툰의 특성상 쌍방향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 경우에는 <치즈 인 더 트랩>의 사례처럼 막대한 팬층을 제작하기도 전에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생>의 성공과 또 하나의 만화 원작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의 부진을 비교하면 방송사의 각색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노다메 칸타빌레>가 원작이었던 <내일도 칸타빌레>는 지나치게 원작에 의존해 도리어 팬들을 실망시켰죠. 원작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으면 인기를 이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려줬습니다. 웹툰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느낌입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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