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마르코 루비오-최연소 후보, 자신의 정치 멘토를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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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가 자신의 후견인이자 멘토인 부시 전 주지사를 누르고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그랬듯이 그도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다. ‘첫 히스패닉 대통령’이라는.

“루비오가 ‘정치 멘토’인 젭 부시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2016년 미국 대선의 잠재 후보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44·플로리다주)이 지난 4월 13일(현지시간)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며칠 전 뉴욕타임스는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루비오가 약 20년간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이자 멘토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정치적 ‘멘토-멘티’ 관계에서 갑자기 경쟁자가 된 젭 부시와 루비오. 내년 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다시 말하면 초선 상원의원인 루비오의 대선 출마는 2008년 대선 당시 루비오처럼 초선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가 전직 퍼스트레이디 힐러리 클린턴과 대결을 벌인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루비오가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부시 전 주지사를 경선에서 누르고 대선 후보가 된다면 그도 오바마처럼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첫 히스패닉 대통령’이라는.

2016년 미국 대선의 최연소 후보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지난 4월 13일 마이애미 프리덤타워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선의 최연소 후보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지난 4월 13일 마이애미 프리덤타워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루비오와 부시 전 주지사의 관계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비오는 그 해 중간선거 때 웨스트 마이애미의 시 의원에, 부시는 플로리다 주지사에 각각 출마했다. 루비오에게 50달러를 후원한 부시는 그가 당선되자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를 계기로 루비오는 부시의 추종자가 됐고, 부시는 그의 든든한 후견인이자 멘토가 됐다. 약 17년이 지난 지금 루비오는 부시 전 주지사로부터 독립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의 홀로서기가 결실을 맺을지를 알 수 있는 척도는 ‘대선의 풍향계’로 일컬어지는 9개월 후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이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클린턴을 이겨 돌풍을 일으켰듯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한다면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이자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이나 밋 롬니의 지지를 얻어 공화당 후보로 낙점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루비오는 2011년 초선 연방 상원의원이 되면서 공화당 안에서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꼽혀왔다. 2013년 시사주간 타임이 그를 ‘공화당의 구세주?로 추어올리자 루비오는 “구세주는 오직 한 명이다. 내가 아닌 예수다”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고 한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관 시절 남편이 운영하는 클린턴 재단을 통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뇌물 의혹을 파헤친 책 <클린터 캐시>를 쓴 정치 컨설턴트 피터 슈와이처는 최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루비오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 측면에서 가장 지지하는 후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고무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공동으로 지난 4월 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루비오는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의 유권자가 가장 좋아하는 후보로 꼽혔다. 그가 얻은 지지율은 74%로, 부시 전 주지사(70%)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61%)를 앞섰다. 또 공화 잠재 후보 가운데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와 지금 당장 붙는다면 비록 지긴 하지만(43% 대 49%) 부시 전 주지사와 함께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주 하원의원(2000~2009년)과 하원의장(2007~2009)을 지냈지만 행정 경험이 전무한 것이 그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자신처럼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과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 표심을 확보하는 것은 당내 경쟁은 물론 백악관을 향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이다. 루비오는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드림법안을 지지해 공화당 골수 보수파의 인심을 잃은 바 있다.

<조찬제 선임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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