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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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노동절을 전후로 집회현장에서 자주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굴레를 벗어던져라….” 인터내셔널가다. 국제사회에서 노동운동의 애국가(national anthem)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는 노래다. 오래된 노래다. 노래 가사는 프랑스 사람 외젠 포티에가 파리콤뮨 와중에 떠올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의 운율로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데, 피에르 드 가이터가 1888년에 지금의 곡에 가사를 실었다. 외젠 포티에는 제1 인터내셔널의 멤버였고, ‘인터내셔널’은 제2인터내셔널의 공식 노래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불렸다. 사회주의 이념과 함께 ‘인터내셔널’은 식민지 조선의 노동운동이나 북만주 일대의 항일빨치산 운동에도 보급되었다. 이름은 국제가. 님 웨일즈가 쓴 <아리랑>에 보면 주인공 김산이 어려운 항일운동 시기, ‘국제가’를 부르며 버티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노동자의 애국가로 불리는 ‘인터내셔널가’의 프랑스어 악보. | 경향자료

노동자의 애국가로 불리는 ‘인터내셔널가’의 프랑스어 악보. | 경향자료

김산이 불렀던 ‘국제가’는 오늘날 한국에서 불리는 것과 차이가 있다. 현재 한국에서 불리는 ‘인터내셔널’은 시인 김정환이 1980년대 후반에 재번역해 붙인 가사다. <붉은 바위>와 같은 중국 항일빨치산 소설에 소개되어 있는 원래의 ‘인터내셔널’은 이렇게 시작한다. “일어나라 저주로 인 맞은/주린 자 종된 자 세계…” 지금 북한에서도 이 버전으로 불린다.

인터내셔널이 몇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는지 정확히 집계되진 않지만, “가장 많이 번역되어 불린 노래 중 하나(위키피디아)”인 것은 틀림없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약 47개국 나랏말로 번역된 인터내셔널 영상이 있다. 노랫말이 다 다르지만 노래의 절정부, “L‘Internationale Sera le genre humain” 부분의 가사는 일치한다. 즉, 세계 각국에서 모인 노동자들이 각자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더라도 ‘인터-내-셔-널’ 부분에서는 하나가 되는 감동의 여운(?)이 있다. 그런데 한국어 번역판에서 그 대목은 1·2절에서 “참 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고 되어 있다. ‘인터내셔널’은 3절에서야 등장한다. 아직 한국에서 인터내셔널가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노동의 새벽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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