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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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몇 해 전 이맘때 등장해 중년세대에게까지 인기를 얻은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이다.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벚꽃은 사랑의 설렘이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상징이 많다. 벚꽃 개화가 3월이어서 그럴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일터의 신입사원도 입사한다. ‘벚꽃이 피고 있을 때쯤, 눈물의 꽃잎이 방울방울,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려.’ 일본의 여성 아이돌그룹 AKB48의 ‘벚꽃잎들’이다. 일본 대중가요에 나오는 벚꽃은 대부분 졸업, 이별, 슬픔을 담고 있다. 벚꽃이 피는 3월이 졸업과 이별의 시절이어서 그렇다. 일본에서는 4월에 새학기가 시작하고,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며, 정부의 회계연도가 시작된다.

[주간여적]벚꽃

일본 도쿄에서 벚꽃 개화를 확인하는 곳이 야스쿠니 신사다. 야스쿠니의 벚꽃을 주제로 한 시가 20세기 침략전쟁 시절 만들어졌다. ‘너와 나, 두 송이 사쿠라 / 뿔뿔이 흩어진다 해도 / 사쿠라 피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 / 봄날 가지 끝에서 꽃으로 피어 만나자.’ 일본 시인 사이조 야소의 ‘두 송이 사쿠라’다. 군가로도 만들어진 이 시를 들으며 젊은이들은 목숨을 던져야 했다. 이렇게 일본인들이 벚꽃을 좋아해서 그런지 일본의 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일본에는 법률로 정한 국화(國花)가 없고 황실을 상징하는 꽃은 국화(菊花)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 사람들이 벚꽃을 보려고 벚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1980년대 창경궁 복원공사 때는 벚나무를 소나무로 바꾸기도 했다. 일본인들이라고 벚꽃을 보면서 슬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슬픈 노래와 애절한 시가 많은 것뿐이다. 소란스럽기로 유명한 오사카 사람들은 공원에 모여 바비큐를 굽고, 술을 마시고, 스피커를 걸고 노래까지 부른다. 신입사원의 업무능력은 얼마나 좋은 벚꽃놀이 자리를 잡는지로 검증된다.

벚꽃 개화기가 곧 시작이다. 남부지방은 3월 28일부터, 중부지방은 4월 3일, 경기 북부는 4월 12일 이후라고 한다. 아름다운 꽃에 국적이 없듯, 꽃에서 느끼는 감정에도 규칙이 없다. 슬퍼서 울어도, 기뻐서 뛰어도 좋을 터이다. 하지만 일에 치여 꽃 한 번 보지 못하고 지나는 봄이라면, 그 삶이 너무나 처량하지 않을까.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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