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올해의 사건

‘정윤회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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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다. 미스터리에 싸여 있는 비선실세와 청와대 문고리 권력, 비서관과 행정관들의 암투와 폭로, 반격은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는 조선시대 궁중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정윤회. | 경향신문 자료

정윤회. | 경향신문 자료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은 지난 11월 28일 세계일보의 보도로 촉발됐다. 세계일보는 현 정부 실세로 항간에 회자되어 온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인 ‘비서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이 외부에서 만나 국정정보를 교환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 문건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이후 언론의 잇따른 추적보도로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직접 지시했다는 점이 밝혀졌고, 승마선수인 정윤회씨 딸에 대한 특혜설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밀실·수첩 인사’와 참모에 불과한 ‘3인방’의 지나친 권력 행사에 대한 의혹도 이어졌다. 검찰은 문건을 작성했던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소환조사했다. 그림자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검찰에 출두하며 세상에 얼굴이 알려졌고,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를 받던 최모 경위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동료를 회유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서 또 한 번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검찰은 정윤회씨와 ‘3인방’의 문체부 간부 등에 대한 인사개입 의혹은 처음부터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는 권력암투설의 실체를 찾기보다는 문서유출 사건에만 집중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박 경정의 작품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태산명동서일필’이 따로 없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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