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가 유병언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순천서 관계자의 말이다. 여러 가지 사체감별법 중 가장 확실한 것이 DNA와 지문감식인데, 그 결정적 증거를 부인하는 의혹에 더 이상 답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5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 설치된 대형스크린 창에 유병언 회장과 관련한 속보가 나오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주팔자라는 것이 있다면 4월 16일 이후 그렇게 극적으로 운명이 엇갈린 경우를 어떻게 풀이하는지 보고 싶을 정도다. 심지어 그가 죽은 날짜가 언제인지조차도 정확하게 특정되지 않는다. 남아 있는 단서로 보면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그가 탈출한 5월 25일에서 6월 12일 사이의 어느날로 추정될 뿐이다.
어떻게 보면 그로테스크한 광기가 한국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는 어느 순간 유 전 회장에 대한 희생양 몰기로 바뀌었다. 잠적한 유 전 회장을 찾기 위해 검·경을 동원한 대규모 검거작전이 매일 언론을 장식했다. 반상회까지 열어 쫓던 유 전 회장이 어느날 죽은 시체로 발견된 것은 세월호 사건만큼이나 미스터리투성이였고, 숱한 음모론을 만들어냈다. 타살설에서부터 시체 바꿔치기, 해외 도피설에 이르기까지 의혹은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다. 구더기가 끓어 알아보기도 힘든 변사자 사진이 유출돼 대대적으로 전파와 케이블을 탔던 것도 ‘유례 없는 엽기’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바뀌어서 해결될 수 있다면 우리도 납득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구원파)를 잡는 것이 세월호 사건의 본질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구원파 관계자의 말이다. 유병언의 시신은 8월 31일 경기 안성 금수원 뒤 청량산에 매장되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