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올해의 추락-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에게 수권정당으로 승인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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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제1야당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

2014년 ‘올해의 추락’으로 <주간경향>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선정했다. 3월 안철수 의원 측과 전격 통합을 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연이은 선거 패배와 세월호 협상의 실패로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내년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혁신을 다짐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여전히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 12월 17일 올 한 해 바닥을 드러낸 제1야당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과 경희사이버대 안병진 교수가 대담을 나눴다.

[특집| 올해의 추락- 새정치민주연합]“국민에게 수권정당으로 승인받지 못하고 있다”

<주간경향>은 2014년을 정리하며 올해의 추락을 ‘야당’으로 선정했다. 시작하면서 야당이 올 한 해 잘한 게 있다고 꼽을 게 있다면.
김기식 “솔직히 나도 떠오르는 게 없다. 당 전체가 한 것은 아니지만, 을지로위원회 활동에 대해서 유의미하게 평가한다. 언론이 주목하든 말든 우원식 위원장을 중심으로 해서 작년 6월부터 1년 반을 꾸준히 힘없는 을들을 위해서 활동해 왔다.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활동이다. 그 외에는 3월에 안철수 의원 측과 통합을 하면서 잠깐 한 달 동안 반짝했던 기간을 빼면 당이 계속 추락을 하는, 바닥을 확인하는 기간이었다. 6·4 지방선거도 야당이 이기지 못한 선거였다. 7·30 재·보궐은 말할 것도 없다. 이후 세월호 특별법 입법과정에서는 지지층을 실망시키고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후 총·대선도 희망 없다는 말들에 반론을 내놓기는 어렵다.”

안병진 “시민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일 텐데 ‘과연 뭐가 있을까’ 한참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최근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어젠다를 내놓은 것 정도가 야당다운 역할을 모색한 게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높이 평가할 게 없는 게 사실이다.”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무엇인가.
“꼭 올 한 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2년부터 지속되는 문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예상 외의 승리를 거두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됐다.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총선도 대선도 이기지 못했다. 통합은 했지만,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잠깐의 통합효과 뒤에 과거의 구태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재연됐다. 대선 패배 이후, 비대위도 구성하고 혁신하고 변화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수권세력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못 얻었다. 지금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존의 계파구도나 리더십이 변화된 것 없이 과거를 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대가 이렇게 간다면 더 깊은 위기의 수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다.”

“<미생>의 장그래가 고통스러운 이유는 지금 당장 비정규직이어서가 아니라 정규직 전환 같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도 여기에 비유할 수 있다. 옛날 야당은 존재감이 있었다. 야당을 통해 특권층에 도전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겠다는 일종의 ‘빽으로서의 야당’의 존재감이었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설렘, 희망의 기둥 같은 야당의 존재감이 더는 없다. 그게 가장 절망스럽다. 사회적 약자들이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우리 편이 아닌지를 민주화운동 때만 해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기둥으로서의 야당이 너무나 절실했던 한 해였는데 그게 없었다. 선거 실패도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

“정당이 자신들이 내놓은 비전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대개가 반대급부의 정치였다. 상대 당이 잘못하면 반사이득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뼈아픈 것은 우리가 반대급부의 정치도 못 얻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2년인데 그동안 한 일은 없고 인사난맥, 공약 파기에 이어 최근에는 정권 말기에나 있을 내부 권력투쟁까지 드러났다. 그럼에도 야당은 반대급부로서 정치적 이득도 못 누리고 있다. 우리가 국민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서 승인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의 존재 의미 자체를 회의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번 전대를 전후해서 당이 변화하고 혁신하고 모든 기득권을 과감하게 혁파해야 국민들의 시선이라도 받을 것이고,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는 그 다음에나 쌓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흔히 혁신을 ‘나중에 이런 걸 하겠다, 제도를 이렇게 바꾸겠다’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데, 혁신은 당장의 실천으로 가시화돼 나타나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툭하면 교수님들 모아서 TF 꾸려서 개헌 어떻게 하고, 정당구조 어떻게 고치겠다고 하는데, 말로만 혁신하지 말고 당장의 가시화된 흐름으로 보여줘야 한다. 자주 드는 예 중에 하나가 ‘도전자 브랜드’다. 한마디로 과거와의 전면적 단절, 과도한 헌신이 필요하다는 건데 시민들이 봤을 때 ‘저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할 정도로 간절함이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직전의 과거와 철저하게 단절되는 모습들이 이번주에 나오고 다음주에 나오고 계속 나오게 되면 그게 혁신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김기식 “지금 새정치연합에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의지다”

김기식 “지금 새정치연합에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의지다”

‘야당의 혁신’은 오래된 이야기이다. 이제 다들 믿지 않는다.
“이 당의 변화와 혁신은 결국 리더십 교체에 달려 있다. 정치라는 영역에서 국민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보이는 것은 주도하는 세력과 인물의 교체를 통해서다. 영국 노동당도 ‘제3의 길’이라는 노선의 변화도 있었지만, 토니 블레어라는 새로운 인물을 당수로 만들어내고 그가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니까 관심과 신뢰를 얻어낼 수 있었다. 미국도 레이건과 부시로 이어지는 공화당 전성시대에 민주당이 클린턴이라는 젊은 주자를 통해 리더십을 교체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가시화했다. 대개 어느 나라 정당이든 장기간 정권을 상실하고 어려운 국면에 빠졌을 때 정치적 리더십의 교체로 변화를 끌어낸다. 그게 아니면 국민들은 변화로 느끼지 않는다. 

지금 새정치연합을 보면 여전히 ‘그때 그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해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과거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게 우리당의 가장 큰 문제다. 2년 전, 4년 전, 6년 전 전대 구도가 똑같다. 우리보다 새누리당이 수권정당다운 관행이 갖춰져 있다. 2004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자기가 공천에서 배제되는 것을 감수하고 김문수 의원을 공천심사위원장에 앉혔다. 2011년에 박원순 시장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새누리당의 총·대선 패배가 가시화되자 친이계는 박근혜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히면서 총선의 공천 권한까지 다 줬다. 자기들에게 공천의 칼날이 돌아올 걸 알면서도 그걸 감수한 것이다. 올해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가 된 것도 봐라. 내가 기억하는 한 한국정당사에서 집권 2년차에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이 달라 대립했던 사람이 당대표가 된 유일한 경우다. 새누리당은 수권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조직이다. 우리는 그게 안 된다. 자기가 죽을 걸 알면서 목을 내놓고 심지어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권력을 내주는 그런 정치적 결단이 새정치연합 안에는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다.”

“새누리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의미심장하다.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이 크레이지 파티를 만들어서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선은 아직 멀었는데 이미 이러한 것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미국 대선 투표하는 날, 오바마 진영은 2012년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처럼은 하지 못한다고 해도 새누리당의 움직임처럼 새정치연합도 위기감을 느끼고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17년 대선이 제2의 87년 대선이 될 수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혁신을 정책보고서를 내는 방식으로, 한마디로 지식인스럽게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오바마를 예로 들어보면 오바마가 젊고 역동적으로 미래 경제를 만들어갈 것이다라는 것을 굳이 비전을 쓰고 정책보고서를 내지 않아도 유권자들은 느낌으로 안다. 왜냐하면 오바마는 이미 오래 전부터 페이스북 창업자 등 IT업계 인물들과 미래 경제에 대한 것들을 긴밀히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공화당의 굴뚝경제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새정치연합도 신흥 부르주아지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과 얼마나 새롭고 깊숙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감한 분권화를 통해 젊은 층들을 키워내고 오래된 감수성을 부단하게 바꿔가면서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새로운 혁신을 하겠다는 확신을 시민들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보수 기득권 세력은 권력의 힘을 잘 안다. 권력을 놓치지 말아야 지킬 걸 지킬 수 있다는 게 굉장히 강하다. 그러나 야당은 권력의 힘을 이성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걸 체화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권력에 대한 집착이 약하다. 10년 집권을 해보긴 했지만, DNA 구조가 좀 다르다. 문재인 의원도 늘 지적되는 게 권력의지가 부족하다는 거다. 문 의원도 대선에 다시 도전한다면, 강한 권력의지를 갖느냐는 게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읍참마속도 권력의지로 나타난다. 권력의지가 없으면 기존의 인간관계나 인연을 내칠 수가 없다. 권력의지가 있어야 읍참마속을 할 수 있다. 자기를 버리는 희생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 계속 출마한 것도 단순한 선한 의지가 아니다. 굉장한 권력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죽을 줄 알면서도 지역주의의 벽에 몸을 부딪힐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에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의지다.”

안병진 “사회적 약자들의 기둥으로서의 야당이 너무나 절실했던 한 해였는데 그게 없었다”

안병진 “사회적 약자들의 기둥으로서의 야당이 너무나 절실했던 한 해였는데 그게 없었다”

리더십 문제에 또 따라붙는 건 시대의 이념, 비전, 전략을 구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리더는 시대의 결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 거대한 시대정신을 구체적인 관점에서 부단하게 되새겨보고 생각하고 연구해 법안으로 만들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정치인이 거의 사라졌다. 듣기 좋은 말로는 실용이라고 하는데, 사실 실용의 좋은 뜻과 관계없이 즉자적, 즉흥적, 대세 추종적인 것만 만연해 있다. 올해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의 압축성장 문명이 종료되어 간다는 어마어마한 징후다. 한국은 외환위기 때 한 번 거대한 시대정신이 이동했는데,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로 거대한 시대정신이 이동하는 사건이다.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문명의 한 시대의 획이 종료된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정치 리더십군에서 시대의 획을 새롭게 규정하는 감동적인 연설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한국 정치에 큰 정치가의 화두, 어젠다 이런 것들이 실종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전과 화두가 명확히 있었다. 6·15 선언은 이전에 30년 동안 한반도 평화구상, 대중경제론 등 이러한 미래비전에 대한 분명한 화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청산과 관련해 끊임없는 공감대를 만들어내려고 했고 본인이 이를 체화하고 실현했다. 정치의 리더는 시대를 통찰하면서 그 시대 국민들의 요구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올 한 해 시대의 흐름을 상징적인 인물로 표현하면 두 사람이다. 세월호 단식의 김영오씨와 땅콩 회항을 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다. 둘이 극명한 대비가 되는데 김영오씨는 누구 하나 손 잡아주지 못하는 처절한 상황, 조 전 부사장은 자의적 권력을 상징한다. 드라마나 영화 또한 시대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미생>의 장그래는 희망이 없는 젊은 잉여세대의 절망을 보여준다. 또 <유나의 거리>에 나왔던 김노인은 젊은 시절 건달로 지내다 이제는 죽기만을 기다리는 노인인데, 오늘날 노인들이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잉여로 취급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영화 <인터스텔라>의 딸 머피인데 자신의 고통에 공감해 달라고 애절하게 갈구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세 가지 작품을 통해서 지금의 시대정신을 표현하자면 ‘나는 이제 당신의 고통에 공감합니다’가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러한 시대정신을 제대로 받아 안지 못하니까 일베와 같은 극단적 병리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아마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이다. 시대적 가치에 기반해 강한 화두를 제시하고 세력을 만들어가는 리더가 절실하게 필요한데, 그런 리더십이 야당에서 내년에 등장할 수 있을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비슷하게 비유하자면 야당이 되어야 할 모델은 드라마 <미생>의 성공한 오상식 차장이다. 공감능력이 있으면서 본인이 좌절하지 않고 결국 계약직 장그래를 정규직화할 수 있는, 성공한 오 차장이 되어야 한다. 드라마를 보면 장그래를 위해서 오 차장이 전무와 위험한 거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 명의 말단직원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원칙과 소신을 버리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나온다. 현실을 떠나지 않으면서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사람을 챙길 줄 아는 정치 리더가 필요한데, 만약 거기서 좌절하면 실패한 정치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오래된 계파갈등 속에서 전대 이후 다시 ‘갈등의 지도자’만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깊다.
“이 당내에 계파질서는 깨져가고 있다. 소위 이 당에 존재하는 특정 계파에 소속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계파에서 탈각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계파정치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본인들이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파의 수장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이나 장악력-당내뿐만이 아니라 계파 내에서도-도 많이 약화됐다. 그래서 이번 전대가 기존의 계파질서를 청산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치가들에게 아쉬운 건 대담한 변화다. 마키아벨리적 전환이다. 영화 <대부>를 보면 ‘아버지 마피아’ 시절은 온정주의적 리더다. 온정주의적으로 관리하는 리더다. 그러나 아들 시대에 오면 정국이 혼란해진다. 아들은 비정하게 총으로 쏴 죽인다. 불확실하고 위기에 빠진 시대에는 시대의 결에 맞춰 그런 과감한 무자비함을 보이는 리더가 필요하다. 새정치연합 또한 시대의 결에 맞추어서 아래 세대들이 밑에서 치고 나오고, 역동적으로 경쟁하면서 바뀌어나가야 한다.”

<글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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