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가고 요리의 시대가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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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보한 요리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먹방(먹는 방송)의 시대는 저물고, 직접 요리를 해먹는 프로그램의 전성기가 도래하는 모양이다. 요리를 재밌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전의 ‘레시피 소개식’ 요리 프로와는 구분된다. 이런 점에서 요리 프로그램 2.0 시대가 온다고도 할 수 있겠다.

방송인 신동엽과 가수 성시경이 진행하는 케이블채널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는 이 같은 트렌드를 잘 나타낸다. 요리에 문외한일 것 같은 두 남자가 간단한 요리를 쉽게 해 보이는 것이 특징. 제육볶음, 떡볶이, 된장찌개 같은 단순한 음식을 전문 용어 대신 ‘소주잔 하나’ ‘밥숟가락 두 개’ 같은 표현으로 설명한다.

두 사람이 실제로 해 먹는 메뉴를 선보이다보니 즉흥적으로 새로운 소스나 요리법이 추가된다. 음식을 만들다가 요리 재료인 청주나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기도 하고, 된장찌개에 넣고 남은 쇠고기 차돌을 구워 먹기도 한다. 요리는 대단한 의식이 아니라 웃고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예능처럼 소비된다.

tvN <삼시세끼> | tvN 제공

tvN <삼시세끼> | tvN 제공

17일부터 방송된 tvN <삼시세끼>도 남자들이 주인공이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나영석 PD가 선보이는 <삼시세끼>는 역시 요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서진과 옥택연이 출연한다. 농촌과 유기농 재료, 요리의 결합이 특징이다. 도시적인 느낌의 이서진과 옥택연이 시골에서 좌충우돌하며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프로그램.

두 사람은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동고동락하며 집 근처의 음식 재료들을 활용해 끼니를 해결한다. <꽃보다 할배>의 여행지 숙소에서 부족한 재료와 도구로 한식을 만들었던 이서진이 본격적으로 요리에 나선 셈이다. 이들의 좌충우돌 요리 과정이 주된 재미고, 길러 먹는 재미와 농촌의 풍광이 조미료로 더해진다.

지상파는 ‘대결’을 요리로 끌어와 새로운 재미를 만든다. 이달 중 방송 예정인 SBS <쿠킹코리아>에서는 연예인들과 유명 요리사들이 요리 대결을 펼친다. 박지윤이 진행을 맡고 가수 이현우, 배우 심이영, 박잎선, 개그우먼 김효진, 걸그룹 미쓰에이의 페이 등이 출연한다.

MBC는 외국인들의 한국 요리 경연 대회를 소개한다. 역시 이달 중 첫선을 보이는 <지구촌 한국의 맛 콘테스트>는 한국의 장맛에 빠진 이탈리아의 마티아, 김치를 담가 먹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올리버 등 개성 있는 외국인들이 출연해 요리 솜씨를 뽐낸다.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 올리브TV 제공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 올리브TV 제공

「찾아라 맛있는 TV」 「식신로드」 「VJ특공대」 등의 프로그램이 먹방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새 요리 프로그램들은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요리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스타 셰프가 아닌 남자 연예인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이런 이유다. 또 대결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통해 세계의 진귀한 음식이나 요리사의 비법을 소개한다.

먹방이 광풍처럼 사라진 후 요리의 시대가 도래한 이유는 뭘까. 방송가에서는 1인가구의 증가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이유로 든다. 엄마 밥상을 기대할 수 없는 나홀로 가구들은 매일 메뉴를 고민해야 한다. 사먹는 요리도 좋지만, 매일일 수는 없고, 결국 제 손으로 밥상을 차려 먹어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자신이 만든 음식을 자랑할 채널이 넘쳐나니 요리의 재미는 배가된다. 그래서, TV는 이제 먹방 대신 요리의 시대로 넘어간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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