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드라마’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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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대중문화는 트렌드로 움직인다. 요즘 사극의 테마는 사도세자다. 지난 4월 개봉된 영화 <역린>에 이어 9월 22일 첫 방송된 SBS 드라마 <비밀의 문>, 개봉을 앞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가 이를 소재로 했다. 또한 올 하반기 드라마 트렌드를 꼽는다면 단연 ‘기자’가 앞선다.

11월 방송 예정인 SBS 드라마 <피노키오>(가제)는 사회부 수습기자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다. 풋풋한 수습기자들의 고충과 또 이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설레는 감정을 담을 예정.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종석과 <상속자들>의 박신혜가 호흡을 맞춘다. 박신혜는 극중 피노키오 증후군이 있지만 솔직하고 당당한 여주인공 ‘인하’로, 이종석은 사회부 기자 달포로 각각 분한다.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기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업군이었다. 그러나 정치인, 경찰과 함께 3대 비호감 직업으로 그려져 온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이나 재벌가와 결탁한 부패세력으로 그려지거나, 어이없는 질문이나 허위기사로 주인공에게 상처를 주는 식이었다. 이번엔 정의를 수호하는 기자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KBS <힐러> | KBS 제공

KBS <힐러> | KBS 제공

송지나 작가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KBS2 <힐러>는 메이저 방송사에 근무하는 스타 기자가 어느날 과거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후 진실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유명 배우들이 기자를 연기한다. 6년 만에 드라마로 컴백해 화제를 모은 유지태는 기자들이 선망하는 상위 1%의 스타 기자 김문호 역을 맡았다. 박민영은 씩씩한 인터넷 신문사 기자 채영신을 연기한다. 여기에 박상원, 박원상, 오광록 등 든든한 중견배우들이 호흡을 함께 맞춘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와 <제빵왕 김탁구>의 이정섭 PD가 손잡았다는 사실에 벌써 기대가 높다. <내일도 칸타빌레> 후속으로 12월 초 방송 예정이다.

그동안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나 영화는 그다지 눈에 띄는 인기를 얻지 못했다.

2008년 방송된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손예진과 지진희라는 스타를 내세워 방송기자들의 꿈과 열정을 그렸으나 시청률은 8~12%에 그쳤다. 당시 최일구 앵커 등 MBC 현직 기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파격을 내세웠지만 20%를 훌쩍 넘은 사극 드라마 <일지매>와 김지수·이하나를 주인공으로 한 복수극 <태양의 여자>의 뒷심에 한참 밀렸다. 황정민·김민희를 내세운 영화 <모비딕>(2011)은 의문의 폭발사건을 소재로 내부 고발자와 진실을 좇는 사회부 기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흥미로운 소재에 연기력과 스타성을 갖춘 배우들까지 더해졌으나 43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KBS <힐러> | KBS 제공

KBS <힐러> | KBS 제공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에서 기자는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언론사라는 든든한 직장도, 가족도, 개인의 명예도, 정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이타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실제로 언론인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 같은 괴리감 때문에 기자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 이후 일부 보수언론인들의 행태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만들어냈다. 기자 드라마가 인기를 얻기엔 최악의 상황이다. 과연 <피노키오>와 <힐러>가 대중과 언론인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설령 그런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언론사를 배경으로 연애하는 드라마로는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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