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닌 진행자 성시경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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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다. 가수 성시경은 요즘 노래보다 진행을 더 많이 한다. 새 앨범을 낸 기억은 까마득한데,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tvN <대학토론배틀5>의 단독 진행을 맡았고, JTBC <마녀사냥>과 <비정상회담>의 MC로도 활약 중이다.

윤종신같이 가수 출신 진행자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토론프로그램과 ‘19금’ 성인 토크쇼, 비연예인 외국인 출연 예능 등 전혀 다른 영역을 동시에 장악한 진행자는 흔치 않다. 성시경은 시청자의 ‘19금’ 사연을 재현하기 위해 신동엽과 키스를 할 수도 있고, 변호사·소설가가 패널로 참석한 토론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수도 있는 다양한 얼굴의 진행자다.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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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로서 성시경의 가장 큰 매력은 여성 호감형 목소리와 외모에서 나온다. 라디오 심야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클로징 멘트였던 “잘자요”는 너무 달콤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패러디됐다. 급기야 싸이의 노래 ‘뜨거운 안녕’에서 스스로 패러디 아닌 패러디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발라’(성시경+발라드), ‘버터왕자’라는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의 ‘왕자님’ 이미지는 여성들을 매료시켰다.

성시경은 주로 남성 입장에서 19금 유머를 하는 신동엽과 유세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다. 어떨 땐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사귄 여자친구와의 마음이 너무 소중해서 2주 만에 아버지에게 결혼을 선언했다”는 순정남의 면모까지 보인다. 센 19금 발언을 한 곽정은 기자에게는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풍기문란이나 요물 같은 걸로 옥살이 했을 것”이라면서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수위를 낮춘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반감을 제어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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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에서는 글로벌 감각으로 빛을 낸다. 성시경은 군 복무 당시 육군 장군들의 통역병 임무를 맡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영어권 출연자들의 자국어 표현을 캐치해서 해석해내는 것이 그의 몫이다. 여기서도 “동거는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동거를 하지 않으면 꽉 막힌 사회가 계속된다”는 개방적 사고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연세대 출신의 전현무와 티격거리며 재미를 만든다. 외국인 출연자들 중 상당수가 연대 어학당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에 고대 어학당도 좋다고 외치기도 한다.

전현무가 강호동이나 유재석 같은 입담형이라면 성시경은 지식형 진행자에 가깝다. 외국어나 자신이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던지는 촌철살인이 그의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아나운서 출신과는 달리 정제돼 있지 않은 진행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중재보다는 강하게 의견을 발의한다. <비정상회담>에서 한국 직장문화에 대해 토론하던 중 “한국의 직장인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한 노력이라 생각한다”며 유럽 출신 출연자와 논쟁을 벌인 것도 그런 연장선이다. 의견이 강하다보니 구설수도 생긴다. 그의 태도나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스타일의 문제다.

이 같은 성향이 <대학토론배틀>의 진행자를 맡게 했는지도 모른다. 시즌5까지 이어진 이 프로그램은 이전 시즌에서는 백지연, 오상진 같은 아나운서 출신 지성들이 진행했다. 성시경은 나름의 논리로 토론 배틀에 불을 붙인다. 동시에 소설가 박범신, 변호사 임윤선의 의도를 이해하면서 어떤 주제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지식형 MC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는 현장형 진행자가 갖추지 못한 성시경만의 장점이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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