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4-진정한 ‘중산층’의 자격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자동차와 공룡이다. 이 둘을 모두 갖고 놀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일 터.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둘 사이에는 1억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의 간극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4;잃어버린 시간>은 변신자동차와 기계공룡의 시간한계를 훌쩍 뛰어넘어버린 상상력의 공간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4>는 전편 시카고 전투에서 이어진다. 5년 전 오토봇과 ‘디셉티콘’ 간 전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트랜스포머에 대한 체포령을 내린다. 지구를 위해 싸웠던 오토봇도 예외가 아니다.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존재를 감춘다. 그 사이 오토봇 사냥꾼 ‘락다운’은 오토봇을 찾아내 하나씩 없앤다. 미국 정부는 국방을 오토봇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토봇 같은 로봇을 만들어 방어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군수업체 KSI는 CIA와 결탁을 한다. 이들은 디셉티콘을 복제한 로봇 ‘갈바트론’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인간의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 

디셉티콘은 갈바트론을 감염시켜 지구를 파괴시키려 한다. 새로운 주인공 ‘케이드 예거’의 도움으로 잠에서 깨어난 ‘옵티머스 프라임’은 다른 오토봇들과 함께 다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나선다. 무한정으로 쏟아지는 외계군대와 싸우기 위해 공룡로봇인 다이로봇과 함께 맞선다. 티라노사우루스렉스, 트리케라톱스, 스피노사우루스, 익룡 형태의 로봇이다.

[영화 속 경제]트랜스포머4-진정한 ‘중산층’의 자격은

트랜스포머의 매력은 역시 자동차다. 범블비는 1964년형 ‘쉐보레 카마로SS’에서 2015년형 ‘카마로’로 바뀐다. 옵티머스 프라임은 ‘필터빌트379’에서 ‘웨스턴 4900’으로 형태를 바꾼다. 악당인 락다운은 블랙계통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로’다. 갈바트론은 ‘2012 프레이트라이너 아르고시’, 크로스헤어는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다. 보는 눈이 즐겁다.

새 주인공 케이드 예거는 가난한 발명가다. 언젠가 ‘한방’ 터트릴 날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집세는 몇 달치 밀렸고, 전기는 이웃으로부터 몰래 당겨쓴다. 케이드 예거는 미국에서 중산층일까, 빈곤층일까. 먼저 국제적인 기준을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산층이란 가구원수를 고려한 가처분소득이 중위값의 50~150%인 경우라고 정의했다. 중위값이란 소득이 있는 사람을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가 되는 사람을 말한다. 소득이 중위값의 50% 이하면 빈곤층, 150% 이상이면 고소득층이다. 

예를 들어 1인가구 기준 연봉 3000만원이 중위소득자라면 1500만원 이하는 빈곤층, 4500만원 이상은 고소득층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이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한다. 미국 센서스국은 중위소득자의 50~200%를 중산층으로 잡았다. 고소득층 기준이 OECD보다 높은 셈이다. 각국 소득 관련 데이터를 내는 LIS는 75~125%를 중산층으로 보고 그 아래를 빈곤층, 그 위를 고소득층으로 보고 있다. 중산층의 범위가 OCED보다 좁다.

이런 중산층 정의는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중산층과는 차이가 난다. 그 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중산층이라는 시각도 있다. 소득은 그 중 한 요소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중산층의 기준으로 주택소유, 자녀 대학교육, 의료보험, 퇴직연금, 가족휴가 등을 삼았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줄 알아야 한다. 프랑스 퐁피두 정부는 1개 이상 외국어 구사, 스포츠활동, 악기 연주능력,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 등을 즐기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고, 신념을 소유하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하는 사람 등으로 중산층을 정의했다.

이런 기준이라면 케이드 예거도 중산층이 될 수 있다. 위기에 몰린 오토봇들을 동정하고, 딸과 지구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다. 비록 돈은 없더라도 충분히 중산층으로서의 자격이 있다. 한국의 중산층은 어떨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영화 속 경제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