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1-기존 제품을 무력화시키는 ‘와해성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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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언맨이다.”

부모로부터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천재 과학자이면서 뭇 여성들을 홀리는 못말리는 플레이보이인 토니 스타크. 그는 세계 최고 군수업체인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다. 그는 더 강한 무기만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매번 더 강한 무기를 만들어 미군에 공급한다. 그는 신무기를 시현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당한다. 그곳에는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만든 무기들이 쌓여 있었다. 토니는 고철 덩어리를 용접해 철갑수트(갑옷)를 만들어 탈출에 성공한다. 그게 마크1이다. 존 파브로 감독의 <아이언맨1>은 이렇게 시작된다. 토니 스타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토니의 비서이자 연인인 페페는 기네스 펠트로우가 맡았다.

미국으로 돌아온 토니는 깜짝 선언을 한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군수산업부를 해체하고 더는 군수물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사회에 공헌할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몰두한다. 그게 마크2다. 고철 대신 특수합금인 금티타늄 합금을 쓰고, 금색과 빨간색으로 도색된 수트, 마크3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적은 내부에 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공동 경영자인 오베디아는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마크3를 입은 토니와 새 수트 아이언몽거를 입은 오베디아가 대결을 벌인다. 오베디아는 외친다. “무기를 없애겠다고 하더니 세계 최고의 무기를 만들었군. 아이러니 아닌가 토니!”

[영화 속 경제]아이언맨1-기존 제품을 무력화시키는  ‘와해성 기술’

마크3를 입으면 하늘을 날 수도 있고, 탱크의 포를 맞아도 끄떡없다. 근접해서 싸움을 벌이기도 그만이다. 육·해·공군이 하나로 통합된 형태다. 아이언맨은 기존의 기술을 일순간에 엎어버린다는 점에서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버드대 크리스텐슨 교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기존 시장을 지배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을 ‘와해성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와 개념이 같다.

21세기 초반 최고의 와해성 기술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기존의 폴더형 2G 휴대폰 시장은 완전 붕괴됐다. 애플은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떠올랐다. 기존 강자였던 노키아는 추락했다. 재빨리 변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살아남았다. 휴대폰에 컴퓨터, 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폰은 생활 자체를 바꿔버렸다. 스마트폰은 또 언론업계의 무가지와 스포츠신문도 문 닫게 만들었다.

디지털카메라도 와해성 기술이다. 디지털카메라는 필름 거인 코닥을 무너뜨렸다. 카메라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니콘, 소니 등의 명성도 예전만 못하다. 높은 화소를 앞세운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들이 시장을 재빨리 잠식하고 있다.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음원 사용이 확대되면서 CD와 DVD가 사라졌다. 와해성 기술의 힘이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컨설팅은 2013년 향후 10~20년간 세계 경제 혁신을 주도할 12대 와해성 기술을 선정했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첨단로봇 기술, 무인자동차, 3D프린팅, 재생에너지 기술, 차세대 유전학, 에너지 저장장치, 지식노동의 자동화, 모바일인터넷 등이었다.

아이언맨을 상용화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전투기나 구축함, 탱크를 만들 필요가 없다. 군수산업 시장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토니가 마음만 먹으면 또 떼돈을 벌게 생겼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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