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건재한 ‘막돼먹은 영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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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연애드라마계의 <전원일기> 같은 존재다.

2007년 4월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8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았고, 그 사랑에 힘입어 3월 27일부터 13번째 시즌을 선보이고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노처녀 이영애(김현숙)의 일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특별히 예쁘지 않은 여주인공을 내세우고, 평범한 직업을 묘사하면서도 끈질지게 인기를 끌어왔다. 농촌에 사는 대가족의 잔잔한 이야기만으로 22년간 안방극장을 책임졌던 <전원일기>(1980~2002)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다른 드라마가 변호사·동시통역가·방송사 PD 같은 화려한 골드미스들 직업을 나열한 데 비해 <막돼먹은 영애씨>의 이영애는 소규모 회사에서 일하는 광고디자이너다. 세련된 고층빌딩이 아니라 작은 사무실에서 상사·동료와 부대끼면서 생활한다. 배역 이름과는 달리 외모도 평범하다.

<막돼먹은 영애씨>배우 김현숙 | 김문석 기자

<막돼먹은 영애씨>배우 김현숙 | 김문석 기자

<막돼먹은 영애씨>는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시즌제가 활성화되지 못한 척박한 환경에서 13번째 시즌까지 이어진 한국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다. 첫 시즌이 방송된 후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시즌2가 만들어졌다.

또 여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에 내세운 드라마 중에서도 최장기간 방영 기록을 갖고 있다. 단독 여주인공 드라마는 잘 안 된다는 방송가의 속설도 <막돼먹은 영애씨>가 깼다. 여느 한류 드라마 못지않은 영향력과 파급력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까지 오면서 이영애는 뜨거운 연애도 했지만 파혼도 여러 차례 했고,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에서 잘리기도 했다. 강박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맺는 드라마와는 다른 지점이다.

13번째 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지난 시즌에서 파혼을 맞은 이영애는 낙원인쇄사로 이직했다. 이번에는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애씨’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철없는 사장 이승준(이승준)과 잘생긴 9살 연하남 한기웅(한기웅)과 사랑에 빠진다. 굴곡 있는 인생을 살아온 대한민국 대표 노처녀 이영애는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한다.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회사생활도 묘사된다. 개념 없는 낙하산 신입사원이 합류하고, 동갑내기 상사도 등장해 갈등을 유발한다. 영애네 가족에서는 한국 사회의 초상을 엿볼 수 있다. 노처녀 첫째딸 영애, 육아 맡긴 둘째딸 영채, 이혼한 막내아들 영민까지 ‘캥거루족’ 세 남매 때문에 황혼을 즐기지 못하는 부모님 세대의 고충이 담길 예정이다.

tvN<막돼먹은 영애씨>

tvN<막돼먹은 영애씨>

<막돼먹은 영애씨> 이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노처녀는 김삼순이었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촌스러운 외모에 뚱뚱한 외모가 콤플렉스인 ‘공감형’ 노처녀 여주인공을 내세워 인기를 얻었다. 2005년 뜨거운 열풍을 일으켰던 김삼순의 당시 나이는 30세였다. 그는 3살 연하의 진헌을 만나 해피엔딩으로 퇴장했다.

30살이었던 <막돼먹은 영애씨>의 이영애는 13번째 시즌까지 오면서 37살이 됐다. 37살인데도 결혼의 강박에서 벗어나 여전히 남자들과 멋진 사랑을 하고,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한다. 보통의 연애드라마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환상만 심어주고 사라졌지만, 이영애는 8년째 건재하다. 이런 이영애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큰 희망이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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