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독점이 미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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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신간 탐색]부의 독점이 미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정보 비대칭성 결과에 대한 연구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클린턴 행정부 경제자문회의 의장이었고,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겸 수석경제학자였다. 현재 컬럼비아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의 교수 이력도 아카데미 밖의 경력만큼이나 화사하다. 예일, 스탠퍼드, 듀크, 옥스퍼드, 프린스턴 등 엘리트 대학을 두루 거쳤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말처럼 “스티글리츠는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의 시각과 방법의 틀 안에서 현재 존재하는 바의 시장 자본주의의 실상이 어떠한 것인가를 성실하게 추적해온 정통 경제학자다.”

주류 경제학은 시장 자본주의가 모든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장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통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이러한 ‘시장 만능주의’에 직격탄을 날린다.
스티글리츠의 문제의식은 현재 미국 사회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부자 중에서도 최상층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그 수가 많아지며, 중산층은 공동화하고 있다.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고, 중산층과 부유층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월마트 후계자 6명이 소유한 재산은 미국 하위 30% 소득자의 재산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심각한 불평등으로 인해 미국 사회가 감수해야 하는 대가는 광범위하다. 불평등은 생산성 감소, 효율성 감소, 성장 둔화, 불안정 심화 등 값비싼 대가를 미국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는 구조는 “공정한 승부 의식과 기회균등주의, 공동체 의식” 등 미국의 핵심적인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종전의 ‘1인 1표’ 원리에서 ‘1달러 1표’의 원리로 변질되고 있는 미국 민주주의의 악화 또한 불평등 구조가 미국에 입히는 가장 치명적인 손상 중 하나다.

불평등 심화 구조의 원인이자 결과는 정치다. 미국 정치는 1% 부자가 시장을 틀어쥐고 99%의 희생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증가시키는 약탈적 지대추구 행위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경제,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시장의 방종을 억제하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를 푸는 실마리는 정치다. “시장의 힘이 현재 우리(미국)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치가 시장의 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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