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는 봄, 대게 맛도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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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에 대게가 제철이니, 복사꽃이 피는 오십천변에는 꽃도 한창일 터이다.

대게로 이름이 자자한 영덕으로 내달린다. 대게축제가 한창인 강구항을 돌아 싱싱한 대게와 어시장을 둘러보고, 오랜만에 대게 값을 흥정해 실하게 살이 오른 대게맛도 볼 요량이다. 또 한창 꽃이 피기 시작한 오십천변의 복사꽃 군락지와 해안선을 따라 창포말 등대와 해맞이공원까지의 발걸음이다. 복사꽃 피는 봄날, 꽃길 돌아 동해바다를 따라 달리는 길맛이 참 다디달다.

대게축제가 한창인 강구항.

대게축제가 한창인 강구항.

축제 중인 강구항, 포구의 삶은 늘 바쁘다
강구항 포구의 새벽. 먼 바다에 햇귀가 오르자 방파제 끄트머리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던 마주등대의 불빛이 사그라진다. 어선들이 불을 켜고 짙은 바다를 밝힌 채 그물을 걷는 모습은 갓 잡은 생선처럼 펄떡이는 생명력으로 활력이 넘친다. 푸르스름하게 먼동이 틀 즈음이면 밤을 꼬박 지새운 대게잡이 배들이 마치 경주를 하듯이 꼬리를 물고 선창으로 들어선다. 포구에 일렬횡대로 들어선 작은 고깃배들은 숨이 차는 듯 가쁘게 숨을 고르고, 밤새 잡은 대게들을 내려놓는다. 적을 때는 한 척, 많을 때는 예닐곱 척이 입항해 척당 1만마리가량을 풀어놓는다.

이제 포구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삐딱하게 모자를 쓴 눌러쓴 중개상들은 대게의 크기와 상품 상태에 따라 열로 세우고 경매를 시작한다. 첫 번째 열은 속이 꽉 찬 박달대게, 아래로 갈수록 품질이 낮은 이른바 ‘물빵’이다. 대게는 역시 사람들의 품평과 다르지 않다. 허우대가 멀쩡하고 앞바다의 싱싱한 활력이 몸에 밴 에너지 넘치는 놈이 제값을 받는다. 경매상 뒷줄로 고기를 잡아온 선주들이 밤 새워 고생한 값을 제대로 받을까 노심초사 경매의 순간을 지켜본다.

포구 앞에 자리한 어시장에서 어미들은 장판도 둘러본다. 갓 잡힌 물 좋은 수산물들과 어미들의 활력이 넘치는 아침이다. 이즈음 강구항은 제일 바쁜 철이다. 축제 중인 강구항의 아침은 분주하다. 대게골목으로 들어서 강구항 쪽으로 걸음을 잡는다. 대게거리에는 영덕대게 전문집 100여곳이 골목 양편으로 몰려 있다. 대게 음식점이 줄지어 들어서 있는 골목은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강구항 골목을 따라 어시장, 등대가 있는 방파제까지 골목골목마다 대게가 지천이다. 그새 포구는 왁자지껄하다. 축제 중인 강구항은 말 그대로 대게 반 사람 반. 온 동리가 농악패들의 꽹과리 소리로 들썩이고 ‘살이 꽉 찬 대게 한 번 먹어보자’며 찾아온 관광객들의 즐거운 기대감이 골목골목에 넘친다. 4월 영덕은 말 그대로 대게 시즌이다. 대게 값을 흥정하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이 동리에서 흔한 풍경. 쉽게 먹어볼 수 없는 대게니만큼, 가격 흥정이 빠질 수야 없다. 때문에 편히 앉아 대접받으며 대게를 먹을라치면, 상가 골목에 쭉 들어선 반듯한 음식점을 찾을 일이고, 저렴하게 대게를 살 요량이면 직접 잡는 대게를 파는 어업인들이 포구 쪽에서 파는 대게를 기웃거리는 것이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포구에서 대게를 팔고 있는 심남진씨가 자랑했다.

포구에서 대게를 팔고 있는 심남진씨가 영덕대게 자랑에 여념이 없다.

포구에서 대게를 팔고 있는 심남진씨가 영덕대게 자랑에 여념이 없다.

“영덕대게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라. 통상 11월부터 5월말까지 조업을 할 수 있어예. 그 중 4월에 잡힌 대게가 살이 가장 실하게 오를 때입니더. 이것이 박달대게라는 것인데, 제일로 몸값이 비쌉니다. 박달대게는 연안대게와 다르게 자라는 속도가 느려 15년 이상 자란 대게를 말합니더. 성장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그만큼 살이 단단히 차올라 있어예. 박달대게란 별칭이 붙은 이유도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찼다는 말에서 따온 것이지예. 요거이 강구항에서 입찰받은 박달대게를 증명해주는 팔찌에요. 요 없으믄 영덕 박달게가 아니라예. 지금처럼 축제 때에는 그래도 싸게 파는 행사를 좀 합니다. 또 대게를 구입할 때는 배 아랫부분을 눌러봐야 합니데이. 속이 덜 찬 물빵은 쉽게 꺼지니더.”

심씨는 적색 표지가 달린 박달대게를 들고 자랑한다. 바야흐로 봄이 시작될 무렵에 대게가 제일 맛이 있다는 것. 대게는 다리마디 생김새가 대나무와 흡사하여 대게라 불린다. 지방질이 적어 담백하고 독특한 향미를 지녔다. 대게 중에서도 바다 밑바닥에 개흙이 전혀 없고 깨끗한 모래로만 이루어진 영덕군 강구항 앞바다에서 4월에 잡힌 것이 타지역산보다 살이 차고 맛이 좋아 전국에 명성이 높다. 달달하게 살이 오른 대게 향이 포구에 가득하다.

복사꽃 피어나니 봄이 달다
강구항에 대게가 제철이니, 복사꽃이 피는 오십천변에는 꽃도 한창일 터이다. 복사꽃이 무리로 피는 복숭아마을로 발걸음을 돌린다. 영덕은 청송과 함께 국내 최대의 복숭아 생산지다. 영덕과 청송을 있는 34번 국도변이 모두 복숭아밭이다. 특히 4월쯤 꽃이 피기 시작하여 해마다 4월 중순에 이르면 온천지가 발그레 수줍은 분홍빛으로 물든다. 하지만 이곳에 복사꽃이 물들기 시작한 지는 대략 50년 정도가 되었다.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오십천변이 한순간에 폐허로 변해버리자, 여기에 마을사람들이 하나둘 복사꽃을 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다행히 햇볕이 잘 들고 과실수가 잘 되는 형편이었다. 그렇게 한 그루 두 그루 마음을 담아 심은 복숭아나무가 이제 산비탈 구석구석까지 온통 연분홍으로 물들인 것이다. 한 그루의 복숭아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심은 삶의 희망이었다. 그때 심은 복숭아꽃은 이제 봄이면 마을을 연분홍 고운 빛으로 물들이고, 복숭아 열매는 주렁주렁 작은 결실이 되어 산골 살림에 큰 보탬이 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삶의 희망으로 심은 복숭아나무가 정말로 살기 좋은 마을, 무릉도원을 만든 셈이다.

지품면을 지나 옥계의 들녘까지 오십천변 중간 무렵에 다다랐을 때쯤, 아직 이른 무채색의 봄풍경에 분홍빛 꽃무리들이 점점으로 퍼져나간다. 강변 밭고랑에서 산비탈 구석구석까지 온통 연분홍으로 물들어 있다. 발그레 수줍은 복사꽃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나란히 무리를 이루고 있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복사꽃은 4월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봄이 완연해지는 5월이면 짙은 분홍빛깔로 절경을 이루어낸다. 복사꽃밭을 따라 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꽃들에 취해 걷다보면 달달한 봄기운에 마음이 한결 따스해진다.

영덕과 청송을 있는 34번 국도변인 오십천변은 해마다 4월 중순에 이르면 복숭아꽃으로 물든다.

영덕과 청송을 있는 34번 국도변인 오십천변은 해마다 4월 중순에 이르면 복숭아꽃으로 물든다.

오십천변을 돌아 영덕의 또다른 풍미인 해안가로 차를 돌린다. 영덕에는 해안선을 따라 국내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 길 중 한 곳인 강축해안도로가 있다. 강축해안도로는 영덕 강구항~축산항~대진해수욕장까지 이르는 20번 국도를 말한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이 길은 푸르른 동해를 그대로 곁에 두고 달리는 길이다. 달리는 사이사이 작은 어촌과 포구가 이어지는데, 잠시 차를 두고 내려서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조망감이 좋다. 길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푸르른 동해바다가 펼쳐진 언덕배기에서 풍차와 등대를 만날 수 있다. 커다란 풍차 아래 해안가로 빨간 빛깔의 등대 앞에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서 바다를 전망하고 있다. 창포말 등대와 해맞이 공원이다. 

대게 집게발이 감싼 듯한 모양의 창포말 등대는 U자 모양으로 해안선 아래까지 산책로가 이어진다. 특히 등대 전망대에 서면 해안 절벽 아래로 동해바다의 파도가 물결치고, 또 조금 내려서면 해맞이공원의 경관이 아름답다. 멀리 산능선에는 풍차 모습이 보인다. 영덕의 상징물이 돼버린 풍력발전소가 산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모두 24기로 산능선 너머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 커다란 풍차가 하늘로 높이 솟아 희망의 날갯짓을 펼치는 것이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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