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가족의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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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극 <보고싶다>의 한 장면. 여주인공 이수연(윤은혜)은 자신을 찾으러 다니다 죽은 김성호(전광렬)를 생각하며 눈물을 떨군다. 형사였던 김성호는 납치·성폭행당한 어린 수연을 찾기 위해 헤매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김성호는 “딸 찾으러 간다”고 하고 사라졌다.

MBC <메이퀸> | MBC 제공

MBC <메이퀸> | MBC 제공

사실 이수연과 김성호는 혈연지간이 아니다. 사연은 김성호가 수사한 살인사건에서 시작된다. 그는 한순간 실수로 수연의 아버지를 사형수로 체포하고, 뒤늦게 진범이 밝혀지자 괴로워한다.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살인자의 딸’이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온 수연과 수연 엄마를 집으로 데려와 보살핀다. 이전 드라마처럼 수연 어머니와 김성호가 사랑에 빠져 진짜 가족이 되면서 화해한다는 식의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유사 가족인데도 혈연 가족 못지않은 정으로 연결됐다는 걸 보여줬을 뿐이다.

드라마 속 가족의 정의가 새로 쓰여지고 있다. 결혼, 출산, 입양이 아니더라도 끈끈한 정으로 엮여진 가족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친자 찾기를 중심으로 끈질지게 혈연, 핏줄에 집착하던 한국 드라마에서 의미있는 변화다. MBC 주말극 <메이퀸>은 여주인공 해주(한지혜)의 가족·사랑·성공찾기로 요약되는 드라마다. 어렸을 때 풍파를 겪으면서 친엄마와 헤어진 해주는 조달순(금보라)을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자란다. 조달순은 혈연으로 얽히지 않은 해주를 미운정 고운정으로 기른다. 친어머니가 부잣집 사모님인 이금희(양미경)로 밝혀지자 일부러 모진 독설을 하면서 떠나보내려 하지만 해주는 “핏줄이 뭐가 중요해. 살아온 세월이 중요한 거잖아”라고 말한다.

MBC <보고싶다> | MBC 제공

MBC <보고싶다> | MBC 제공

또 다른 주말극 <아들 녀석들>은 사별한 사위·며느리와 처가·시댁의 관계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아들녀석들>의 유현기(이성재)는 사별한 아내의 사진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정이 각별하다. 그는 죽은 아내의 엄마, 즉 과거 장모인 정 여사(김영란)와 살뜰한 정을 나누며 지낸다. 처남과 친동생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성인옥(명세빈)도 남편과 사별했지만 시아버지인 한병국(김용건)과 같이 산다. 시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나 마찬가지. 그러다 현기와 인옥이 사랑에 빠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시아버지 한병국은 며느리가 재혼하면 손주를 못본다는 생각과 서운함 등으로 재혼을 반대한다. 그러자 현기는 “내가 아버님을 함께 모시고 살겠다”고 선언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법한 파격적인 가족관계가 우리네 안방극장에도 등장한 셈이다. 그것도 온 가족이 모여서 보는 주말극에서 나타난 변화다.

MBC <아들녀석들> | MBC 제공

MBC <아들녀석들> | MBC 제공

대가족 체제에서 핵가족으로, 또 1인·비혼 가구로 가족 구성이 변하면서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씨족마을은 사라지고 있는데 동호인들끼리 한동네에 사는 ‘동호인 마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같이 짓고 같이 사는’ 협동조합 마을과 같은 주거형태도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공동육아를 목적으로 하는 마을이 서울에 나타났다. 이처럼 달라지는 가족 형태에 맞춰 드라마 속 가족도 재정립되고 있다. 앞으로의 한국 드라마는 친부모, 친자식 찾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없어지고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가족을 만들 것인가에 집중할지도 모를 일이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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