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자배우 사극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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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36), 지성(35), 조승우(32).

‘소녀 떼’들의 함성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은 아니다. 웃을 땐 주름이 더 짙어진다. 청춘스타보다는 남자배우라는 말이 더 편한 30대. 세 명의 남자배우들이 지상파 3사 사극의 주인공을 맡아 저마다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꽃미남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나이지만 삶의 경험에서 얻은 역사에 대한 혜안을 연기에 녹여내고 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사극의 재미를 본 차태현은 KBS2 <전우치>(극본 조명주 외, 연출 강일수 외)의 주인공으로 안방 시청자들과 만난다. 드라마는 전우치(차태현)가 홍길동이 과거에 세운 율도국의 기틀을 망가뜨리고 도망간 강림(이희준)을 찾기 위해 조선으로 넘어온다는 설정으로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다.

MBC <마의> | MBC 제공

MBC <마의> | MBC 제공

컴퓨터 그래픽이나 액션이 익숙한 20~30대 시청자를 중심으로 마니아를 늘리고 있다. 시대적 배경보다는 액션이나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는 상황극 성격이 강한데, 여기서 차태현의 능수능란한 유머감각이 빛을 발한다.

지성이 주연한 SBS <대풍수>(극본 박상희 외, 연출 이용석)는 조선 왕조 건국, 풍수지리학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배경으로 출발한다. 조선 건국을 앞둔 고려말 이성계(지진희)의 건국 과정을 다룬 역사를 중심으로 여기에 풍수를 관장하는 도사들이 끼어든다는 가상의 역사를 버무렸다. 지성은 킹메이커 지상으로 분해 지략과 함께 러브라인도 엮어낸다.

유교 사상이 강한 조선시대와 달리 애정표현에 자유로웠다는 고려의 분위기를 반영해 높은 수위의 러브신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성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이 극의 분위기를 살린다.

수목극인 <전우치>와 <대풍수>는 동시간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KBS <전우치> | KBS 제공

KBS <전우치> | KBS 제공

MBC는 월화극 <마의>(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외)를 방송 중이다. <마의>는 <허준> <상도> <대장금> <이산> <동이> 등으로 자신만의 사극 세계를 구축한 이병훈 감독의 작품이다. <마의>에서 조선 후기 말을 고치는 수의사로 출발해 어의 자리까지 오른 실존인물 백광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훈 사극의 특징은 출신이 천한 주인공이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성장해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는 점이다. 위기 때마다 주인공을 끌어주는 멘토들이 있고 이들의 죽음으로 주인공이 더 크게 성장한다는 설정도 빠지지 않는다.

백광현을 맡은 조승우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내고 있다. 처음엔 묵직함을 좀 내려놓고 경쾌하게 등장하더니 점점 의술에 대한 신념이 강해지면서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뮤지컬 무대에서 다져진 풍부한 성량이 사극에 잘 어우러진다. 특히 그를 헌신적으로 바라보는 지녕(이요원)이나 숙휘공주(김소은)와의 화학작용도 애틋함을 더한다.

SBS <대풍수> | SBS 제공

SBS <대풍수> | SBS 제공

조승우의 성장담은 주로 40대 이상의 장년층이 주목하고 있다.

시청률 판세는 탄탄한 중년층 시청자를 거느린 <마의>가 가장 앞선다. <마의>는 1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20% 고지를 노리고 있다. 10%대 전후의 <전우치> <대풍수>는 1위인 MBC <보고싶다>에 맞서 대결 중이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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