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무드 살롱’의 모험적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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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중음악계의 복고 열풍은 올해에도 변함없었다. MBC의 <나는 가수다>, KBS의 <불후의 명곡>, Mnet의 <슈퍼스타K> 같은 경합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부른 리메이크곡은 방송이 나간 이후 매번 여러 음원 사이트의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인기는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리메이크곡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로 하여금 1990년대 후반에 히트했던 노래들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다. 그러나 옛것을 소환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의 양상은 히트곡의 재해석이라는 틀에만 머물렀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라 할지라도 동일한 재료를 되새김질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권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고착된 복귀행위의 폐해다.

무드살롱 멤버들의 모습

무드살롱 멤버들의 모습

혼성 7인조 밴드 무드 살롱(Mood Salon)은 기존 흐름과 달리 색다른 복고를 선보여 신선함을 안긴다. 리바이벌을 시행하는 음악인 중 다수가 1970년대부터 90년대를 주로 찾는 반면에 이들은 20세기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시절로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애상적인 분위기가 강한 트로트 ‘이젠…’이나 스윙 음악에 영향을 받은 스탠더드 팝 ‘민들레꽃’ 등으로 그때 유행했던 스타일을 재현한다. 현재 쉽게 접할 수 있는 형식이 아니기에 더욱 흥미롭다.

또한 단순히 리메이크에 천착하지도 않는다. 지난 11월 초에 발표한 정규 데뷔 앨범 <오픈 살롱스 도어>(Open Salon‘s Door)에 ‘울릉도 트위스트’로 유명한 1960년대 인기 걸 그룹 이시스터즈의 ‘서울의 아가씨’를 재가공해 수록했지만 나머지는 다 창작곡이다. 이미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노래를 선택해 청취자의 이목을 끌고 보자는 얄팍한 심리에서 비롯된 태도가 아니다.

무드살롱의 데뷔앨범 <오픈 살롱스 도어>

무드살롱의 데뷔앨범 <오픈 살롱스 도어>

표현도 다채로워서 즐거움을 더한다. 재즈, 트로트를 비롯해 자메이카의 업비트 음악 스카, 빠른 템포와 자유로운 리듬 변화가 특징인 비밥, 로큰롤과 컨트리 음악이 결합된 로커빌리 등 다양한 양식이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Jack Is Running’은 스카 리듬과 트로트풍의 멜로디를 접목하는 중에 007 주제가의 일부 선율을 첨부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대중에게 친숙한 장르와 그렇지 않은 스타일을 골고루 잘 버무려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멋을 발산하는 부분도 그룹의 장점이다.

무드 살롱은 190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유행했던 모던풍 음악을 현대적인 가사와 편곡으로 재해석하겠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이 지향은 실로 모험적이다. 그때의 음악을 경험한 이가 거의 없으니 대중과 긴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건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음악을 탐구하고 복원하려는 의지를 작년 여름에 선보인 데뷔 EP에 이어 고수해 대단하게 여겨진다.

지난날의 음악을 찾아가지만 구태의연하지 않아서 특별하다. 남들 다 하는 흔해 빠진 리메이크나 7080, 8090세대를 겨냥한 뻔한 추억 찾기와는 확연히 방향이 다르다. 무드 살롱은 우리 대중음악의 복고 움직임의 폭을 한층 넓히는 동시에 참신함까지 겸하고 있다. 이들의 노정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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