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리듬 앤드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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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리듬 앤드 블루스가 인기를 얻던 시절이 있었다. 남성 3인조 그룹 솔리드가 1995년에 발표한 ‘이 밤의 끝을 잡고’가 크게 히트하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대중에게 생소했던 리듬 앤드 블루스가 대중음악의 주요 장르로 급부상했다. 이후 업타운, 박정현, 제이 등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며 본토의 음악을 듣고 자란 가수들의 등장으로 그 흐름은 더욱 성황을 이뤘다. 이들의 창법과 노래를 부를 때 하는 제스처를 흉내내는 연예인들도 많았다. 그 정도로 리듬 앤드 블루스의 인기는 뜨거웠다.

어반 코너 <더 시티 오브 브로큰하트>

어반 코너 <더 시티 오브 브로큰하트>

이는 10년을 훌쩍 넘겨 20년이 다 되어가는 한때의 이야기다. 새천년 이후 아이돌 댄스 가수의 군림 양상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특정 장르에 대한 수요층도 심히 얇은 상황 탓에 리듬 앤드 블루스는 예전만 한 활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전 세계를 강타한 전자음악 유행으로 말미암아 보컬과 하모니, 감미로운 분위기, 연주를 중시하는 리듬 앤드 블루스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지 꽤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리듬 앤드 블루스 특징들을 재현한 작품이 나와 애호가들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근래에는 느낄 수 없던 고풍스러운 멋과 장르가 지닌 특성을 제대로 구현한 음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브라운 아이드 소울 출신의 나얼의 정규 데뷔 앨범 <프린시플 오브 마이 소울(Principle Of My Soul)>이다. 브라운 아이즈와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 1990년대의 리듬 앤드 블루스를 추구해 왔던 그는 이번 음반에서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1970년대 스타일의 구현에 주력했다. 가성 창법을 특징으로 하는 필라델피아 소울(Philadelphia soul)이나 단조로운 리듬의 반복에 현악기와 관악기를 곁들여 멜로디를 보강하는 1970년대 디스코, 펑크(funk)의 구성을 확실히 재현했다. 또한 몇몇 곡은 디지털 녹음이 아닌 자연 파장 그대로의 소리를 담는 자기 테이프 녹음으로 진행돼 푸근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나얼 <프린시플 오브 마이 소울>

나얼 <프린시플 오브 마이 소울>

2011년에 열린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R&B/소울 음반’을 수상한 진보(한주현)의 새 앨범 <코리안비(KRNB)>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각별하다. 이전에 없던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진보는 이 앨범에서 김건모의 ‘빨간 우산’, 소녀시대의 ‘지(Gee)’,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등을 리듬 앤드 블루스로 재해석했다. 주요 멜로디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새롭게 작곡하고 가사를 바꿔서 아주 색다른 리메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농도 짙은 표현에도 중점을 둬서 리듬 앤드 블루스 특유의 감수성을 전달한다.

리듬 앤드 블루스의 파생 장르인 애시드 재즈를 중심 문법으로 선택한 3인조 밴드 어반 코너(Urban Corner)의 앨범도 돋보인다. 이들의 정규 1집 <더 시티 오브 브로큰하트(The City Of Brokenheart)>는 애시드 재즈가 아우르는 흑인음악의 다양한 양식을 깔끔하게 소화하는 것이 매력이다. 여러 스타일을 취하다 보면 어수선하고 무질서해지게 마련이나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고 알찬 퓨전을 행한다.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와 보컬 트리시(Trish)의 중성적인 음성도 그룹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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