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여성도 산후풍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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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산후 몸조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출산 즉시 샤워하고, 보행 연습하고, 출산 후 2~3주 후에 오로(惡露ㆍ해산 후 나오는 진액)만 나오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잠자리를 갖는 등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출산휴가는 아이를 키우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반면, 한국 여성의 경우 전통적 산후 몸조리 기간인 ‘삼칠일’(3주)이 여전히 필요하다. 직장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이 기간에 몸조리를 잘 해야 한다.

한국 여성은 서양 여성에 비해 몸이 약하다. 태음인의 경우 몸이 튼튼한 편이지만, 소양인과 소음인에게서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지>에 등장하는 왕릉의 부인처럼 밭에서 일하다가 집안에서 홀로 출산한 뒤 다시 일하러 나가거나 하면 산후풍(産後風)으로 평생을 후회할 수 있다.

여성이 아기를 낳고난 뒤 임신과 분만으로 변형된 자궁, 골반 등 신체기관이 서서히 회복해 임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산욕기(産褥期)라고 한다. 산욕기는 개인적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6~8주의 기간이 걸린다.
산욕기에 몸조리를 잘못할 경우 생기는 일련의 후유증을 산후풍이라 한다. 산후풍이란 병명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속어로, 여성이 아기를 낳은 뒤 섭생을 잘 하지 못하여 얻은 병을 민간에서 부르는 호칭이다. 산후풍은 날이 궂으면 심해진다 하여 ‘날궂이 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필자가 1999년 미국의 베벌리 힐즈에 위치한 삼라(Samra) 대학에서 강의와 진료를 하던 중 만난 백인 여성들 중 상당수는 산후풍 환자였다. 이들은 정신과나 재학의활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소음인 체질의 백인 여성들은 한방치료로 효과를 봤다. 근력이 좋은 태음인 여성은 산후풍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근력과 기운이 약한 소음인 여성은 백인과 흑인을 가리지 않고 산후풍에 걸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설계]서양여성도 산후풍 걸린다

맛이 쓰지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백인 여성들도 한약을 열심히 먹게 됐다. 한의학 처방이 출산 후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서양 여성의 산후풍도 제대로 다스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흐뭇했던 경험이었다.

김달래 <김달래한의원장, 경희대한의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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