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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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첫 방송된 MBC <무작정 패밀리>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가상 가족’이 된 연예인들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인데, 특이한 건 대본 없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대본이 없으니 제작진도 출연자도 어떻게 결말을 내릴지 모른 채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바로 웃음의 포인트다.

MBC <무작정 패밀리>  MBC제공

MBC <무작정 패밀리> MBC제공

이한위와 안문숙이 부부로, 유세윤과 그룹 ‘카라’의 박규리가 이한위-안문숙 부부의 자녀로 등장한다. 탁재훈과 가수 출신의 이혜영이 눈치 없이 이 집에 얹혀 사는 동생 부부 역할을 맡았다. 첫 회에서는 이혜영이 “음반을 내고 가수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선언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안문숙이 “얹혀 사는 주제에…” “라이브가 안 된다”고 반대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커졌고, 보다 못한 유세윤은 “오디션 프로에 도전해보라”고 중재안을 냈다.

안문숙이 “라이브가 안 된다”고 한 건 실제에서 기인한다. 이혜영은 1992년 ‘1730’으로 데뷔해 여성듀오 ‘코코’, 솔로 등으로 활동했으나 립싱크에서 라이브 시대로 변화하는 시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수활동을 접었다.

이혜영과 안문숙의 설전은 이혜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진짜 라이브로 노래를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따뜻하게 마무리됐다. 이런 따뜻한 결말은 제작진도 예측 못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대체적인 상황만 준 채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출연자들을 40여대의 카메라로 지켜본다. 연기하는 것 같은 실제 상황은 새로운 웃음을 만들어낸다.

반면 케이블채널 Mnet의 <음악의 신>은 실제 상황 같은 연기 속에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음악의 신>은 표절, 이혜영과 이혼, 사업실패, 구속 등 개인사로 구설수에 올랐던 그룹 룰라의 이상민이 주인공이다. 프로그램 속 그는 기획사 LSM엔터테인먼트를 차리고 신인 발굴에 나선다. 이상민과 주변 연예인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면서 <인간극장>류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내지만 사실은 각본대로 연기하는 것이다. 일명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연예인 자선바자에 내놓은 이상민의 티셔츠가 1000원에도 팔리지 않고, 얼굴이 다 가려지는 인형을 쓰고 CF를 찍고, 팬 사인회에 사람이 없어 기획사 연습생들을 동원하는 상황은 모두 짜여진 상황이다. 하지만 1990년대 룰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 표절로 추락한 후 사업과 이혼으로 이어지면서 나락에 빠진 이상민의 실제 모습을 투영하고 있어 시청자들은 사실로 받아들인다.

<음악의 신>은 다큐멘터리 같은 거짓으로 진실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더 강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적인 묘사는 진짜 이상민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줘 더 집중하게 만든다. 반대로 <무작정 패밀리>는 연기를 표방하는 실제 상황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식의 야생버라이어티에 슬슬 지쳐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현실과 실제’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두 프로그램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100% 연기로 이뤄진 드라마도 아니고 100% 리얼리티도 아닌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 청명한 웃음을 준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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