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숭 벗고 야해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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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타올라. 어떻게 좀 해줘. 뜨거워.”(KBS2 드라마 <빅> 중)
“나랑 잘 거예요?”(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중)

TV가 야해졌다. 여자의 가슴선이나 남자의 근육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사로 귀를 자극한다. 야한 대사가 이끌어낸 야릇한 상상은 시각적 노출보다 영향력이 크다.

드라마 <빅>

드라마 <빅>

KBS2 월화드라마 <빅>의 길다란(이민정)의 엄마(윤해영)는 결혼을 앞둔 딸이 꼬박꼬박 집에 들어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어쩌다 하룻밤 외박한 딸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예비사위인) 서 서방이 꼬박꼬박 들여보내서 무슨 문제가 있는 줄 알았어요. 우리 서 서방 오늘 장어라도 먹일까요?”
코믹한 억양과 몸짓으로 성적인 대화를 희석하려 했지만, 속뜻을 들여다보면 딱 ‘19금’ 수준이다.

서윤재(공유)는 온몸에 생긴 발진에 놀라 길다란이 근무하는 고등학교를 찾아오고, “몸이 불타올라. 어떻게 좀 해줘. 뜨거워”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몸을 비비 꼰다. 옷을 살짝 걷어 근육을 보여주고 이민정은 몸을 살피면서 고개를 숙인다. 창밖으로 이를 지켜본 길다란의 동료 교사들은 둘의 포즈를 보면서 묘한 상상을 한다.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을 쓴 김은숙 작가가 “야한 것 자신있다”며 내놓은 SBS <신사의 품격>도 대사가 직설적이다. 남자주인공 김도진(장동건)은 서이수(김하늘)를 짝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육체적 정절까지 지키지는 않는다. 이수는 도진의 집을 찾았다가 그와 밤을 함께 보낸 여자와 마주치고 “나한테 짝사랑한다더니 어떻게 다른 여자랑 그럴 수 있냐”고 다그친다. 이어지는 도진의 말은 예상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럼 서이수씨가 나랑 잘 거예요?”
사랑과 욕정은 별개의 문제인 남자의 야한 이중생활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야하다.

<황금어장>(위) 드라마<신사의 품격>(아래)

<황금어장>(위) 드라마<신사의 품격>(아래)

여성 건강 문제도 드라마 단골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등장한 조기폐경은 단숨에 이 단어를 실시간 검색어로 만들었다. 현재 방송 중인 MBC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성공한 30대 구두디자이너 황지안(김선아)은 폐경 이행기를 맞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이 일에 몰두하느라 조기 폐경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여성 질환은 자궁암 정도만 등장했던 과거에 비해 더 내밀한 월경의 문제까지 다룬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만기는 ‘야한 루머’를 직접 해명했다. 이날 이만기는 “힘센 장사 이미지 때문에 성인 영화 <장사의 꿈>이라는 작품에 섭외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고 MC 유세윤은 “대중 목욕탕에서 (특정 부위를) 많이 쳐다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만기는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이만기 덩치는 참 큰데…”라는 루머가 돌았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해도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었지만 MC 윤종신이 “그때 찬물에 들어가셨냐”고 받아치면서 완벽한 ‘19금’ 발언으로 바뀌었다.

TV 속 대사가 내숭을 벗었다. 해도 안한 척 헛기침을 하던 이전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그러나 한 번 벗은 내숭을 다시 걸치기 힘들다. TV는 더 야해질 것이고, 시청자들의 야릇한 상상도 계속될 것이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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