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으로 변한 수도권 매립지 드림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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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더미 위로 다시 꽃들이 피어나고, 꽃무지 사잇길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웃음이 퍼져나가길 소망한다. 꿈의 공원은 스스로 치유되길 바라는 자연 스스로의 치유와 회복성을 기대하는 미래지향의 꿈이다.

수도권 매립지의 야생화 꽃밭에서 한 가족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의 야생화 꽃밭에서 한 가족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 동쪽 끝, 축구장 면적의 120배에 달하는 터가 커다란 꽃밭으로 변했다. 활짝 핀 봄꽃 66만 송이는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작약꽃이 만발하고, 마음까지도 노랗게 물들일 만큼 넓은 유채꽃밭에서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활짝 꽃처럼 미소 짓는다. 

꽃밭 사잇길로 유모차를 앞세운 젊은 부모와 양산을 든 탐방객들이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발길이 한층 한가하고 여유롭다. 지난 가을에는 멋진 억새들이 바람에 머릿결을 풀어헤치던 그 언덕에도 꽃들이 반짝인다. 

세쌍둥이 아빠 이중효씨(인천 서구)가 그의 아내와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 “아내가 꽃구경을 가자고 해서 나왔습니다. 유모차 2대에 아이 셋을 태우고 다니니 여간 힘이 부치는 게 아닙니다. 땀이 나긴 하지만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나오니 행복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이곳을 ‘드림파크’라 부른다. 드림파크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자연환경의 생태적 복원을 지향한다.

버려진 대지에 다시 피어나는 생명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겸 체험학습을 나온 심흥씨(인천 서구 당하동) 역시 1년에 한두 차례 열리는 공원이어서 일부러 짬을 내 가족과 함께 찾았다. “아들 재엽이랑 가끔 수도권 매립지에서 운영하는 부대시설인 체육공원에서 운동을 하곤 합니다. 비교적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여서 해마다 개방시기에 맞추어 찾아오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이미 익숙하게 이곳을 꿈의 공원, 드림파크라 부른다. 이미 이곳 생태공원에서 동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동물과 숲을 이룬 나무들, 꽃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곳이 고향입니다. 매립지가 들어서기 전후로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스스로 치유되는 자연성의 회복이 놀랍기만 합니다. 아이들은 예전에 이곳이 쓰레기가 쌓여 있던 곳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곳에 나무와 꽃들이 자라고,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발밑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고 상상하지 못합니다.”

드림파크의 꿈은 생태환경의 미래지향적 회복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매립지 자체의 활용성을 확대해 공공의 시민 여가 및 스포츠 등 문화 활용공간으로의 점진적인 변화를 예정하고 있다. 

그러한 시도 중 하나가 바로 환경생태공원의 조성이다. 환경생태공원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쓰레기 매립지를 생활 속의 일상적인 공간으로서 재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① 세쌍둥이 아빠 이중효씨(인천 서구)가 그의 아내와 함께 수도권 매립지 나들이를 나왔다.<br>② 수도권 매립지에 생태체험을 나온 아이들.<br>③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겸 체험학습을 나온 심흥씨(인천 서구 당하동)는 매립지 개방시기에 맞춰 이곳을 자주 찾는다.

① 세쌍둥이 아빠 이중효씨(인천 서구)가 그의 아내와 함께 수도권 매립지 나들이를 나왔다.
② 수도권 매립지에 생태체험을 나온 아이들.
③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겸 체험학습을 나온 심흥씨(인천 서구 당하동)는 매립지 개방시기에 맞춰 이곳을 자주 찾는다.

쓰레기 매립지는 테마가 있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연탄재 야적장이었던 곳은 승마장, 수영장, 야생초 화원 등이 있는 ‘녹색바이오단지’로 탈바꿈 중이다. 대중골프장, 주민체육시설 등이 들어서는 체육공원은 제1매립장이었다. 수목원, 화훼원 등이 들어서 있는 환경이벤트 단지는 원래 제2매립장이었고, 바이오에너지타운과 폐자원에너지타운 등 환경에너지단지는 제3매립장이 탈바꿈한 곳이다. 제4매립장을 수변레저단지로 만들어 안암호와 자연관찰지역이 들어섰다. 수도권 매립지는 생명이 살아 숨쉬는 녹색의 땅으로 변화되면서 환경관광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매립지는 426만 그루의 나무가 있는 휴식처다. 소나무, 자작나무, 느티나무 등 교목 19만 그루가 이용객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다. 산수유, 왕벚나무 등 묘목이 161만 그루 심어져 있고,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개나리·자산홍·해당화·눈향 등의 관목이 264만 그루나 자리잡고 있다. 악취로 진동했던 쓰레기 매립지는 환경 복원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환경생태공원이자, 주민이 언제나 찾고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고라니, 꿩, 뱀 등 야생동물에 주의하세요

몇 년 사이 생태공원에는 동식물 개체수가 늘어가고 있다.

몇 년 사이 생태공원에는 동식물 개체수가 늘어가고 있다.

몇 년 사이 생태공원에는 동식물 개체수가 늘어가고 있다. 인적이 뜸한 숲길에서는 고라니, 꿩, 뱀 등이 간혹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드림파크는 연중 봄(5월 말~6월 초)과 가을(10월 초) 시민에게 숲을 개방하고 있다. 개방된 곳은 공원을 중심으로 계절꽃이 무리를 이루어 활짝 피어 있고 또 호수 주변으로 수생식물원 등 테마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60만 송이의 봄꽃이 피어난 곳에 나들이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기다려 이곳을 찾아온 탐방객들은 꽃구경을 하거나, 생태를 유심히 관찰하며 휴식을 취한다. 조용한 가운데 여유롭게 꽃을 감상하는 모습이다. 

드림파크 야생화단지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조성했다. 수도권 매립지는 2014년 전면 개방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6월 10일까지 개방된다. 도시락을 싸올 경우 꽃밭과 정원 등 어디든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야생초화원, 자연학습관찰지구, 습지관찰지구, 억새원, 자연생태연못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36개 테마에 약 300종의 식물 66만본이 심어져 있다. 

10년 가까이 연탄재가 매립됐던 곳에 이제 향긋한 꽃내음이 가득하다. 꽃밭으로 변신한 매립지는 나들이 명소뿐만 아니라 환경교육장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라면 가벼운 걸음으로 나서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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