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메이커 - 진보와 보수는 가운데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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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을 돌며 진행되는 전대에서 1위 득표자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다. 선거는 전략게임이다. 어떤 인물을 내세우고, 이슈를 어떻게 제기시켜 판세를 만드느냐에 따라 승부가 뒤바뀐다. 하지만 이 판이 그리 깨끗하고 공정하지는 않다. 추악하고, 심지어는 잔인하다. 선거의 뒷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킹 메이커>(2011)는 실감나는 정치 스릴러다. 권력을 잡기 위한 함정과 배신, 야망, 그리고 여성문제가 뒤범벅돼 있다.  메가폰을 잡은 사람은 조지 클루니다. 조지 클루니는 영화 속에서 모리스 주지사 역도 맡는다. 

[영화 속 경제]킹 메이커 - 진보와 보수는 가운데서 만난다

배경은 민주당 오하이오주 당내 경선이다. 오하이오주 경선 결과에 따라 당내 경선 판도가 결정된다. 경쟁자는 풀먼 상원의원이다. 공화당의 후보가 변변찮아 당내 경선 승리는 곧 본선 승리다. 모리스를 돕는 전략가는 폴과 스티븐(라이언 고슬링 분)이다. 모리스는 당내 지지에서 미세하게 앞서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상대당이 풀먼 상원의원을 지지하겠단다.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은 상대당 당원들도 우리당 후보를 찍을 표를 허용하고 있다. 이른바 역선택이다.

모리스 측은 300여명의 대의원을 갖고 있는 민주당 톰슨 상원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킹메이커>는 정치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바닥에 있어 봤자 냉소적인 괴물로 변해!” “작은 실수조차 부풀려지는 냉정한 세계” 등 비열한 정치바닥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한다. 선거는 철저한 거래의 결과라는 것을. 애초에 ‘국민을 위한 희생’이라는 아름다운 명분은 없었던 게다. 톰슨 상원의원은 모리스 주지사 지지 대가로 부통령을 요구한다. 타임스 기자인 아이다는 자신의 특종을 위해 스티븐을 접촉한다. 폴은 스티븐을 내치기 위해 아이다에게 정보를 흘린다. 스티븐은 이런 폴을 쫓아내기 위해 인턴 몰리를 이용한다. 모리스는 몰리를 내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모리스 주지사는 민주당이다. 사형 반대, 동성애 허용 등 진보적 가치를 지지한다. 흔히 민주당은 진보, 공화당은 보수라고 부른다. 두 정당의 정책은 확연하게 다를까. 

정치경제학에서는 ‘진보와 보수는 결국 가운데서 만난다’고 말한다. 이른바 호텔링의 역설, 혹은 중위투표자 정리다. 

해수욕장 해변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두 사람 A, B가 이 있다. 해변의 길이는 4㎞다. ‘동쪽 끝 2㎞-동쪽 1㎞-중간(0㎞)-서쪽 1㎞-서쪽 끝 2㎞’로 돼 있다 치자. A씨는 동쪽 끝 2㎞에, B씨는 서쪽 끝 2㎞에 있다. 소비자는 가까운 가게로 간다. 그렇다면 가운데를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피서객은 A씨에게, 서쪽에 있는 피서객은 B씨에게 갈 것이다. 가운데(0㎞) 있는 소비자는 동으로 가든 서로 가든 2㎞를 걸어야 한다.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

그런데 A씨가 동쪽 1㎞ 지점으로 가게를 옮겼다. 이랬더니 중간에 있는 피서객이 A씨에게 가는 게 1㎞로 가까워졌다. B씨 가게는 여전히 2㎞를 걸어야 한다. A씨는 기존 고객(동쪽 끝 2㎞, 동쪽 1㎞)에다 중간지점 고객까지 확보했다. 이를 B씨가 지켜볼 리 없다. B씨도 서쪽 1㎞ 지점으로 옮기기로 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점차 가까워진다. 진보와 보수를 기치로 내건 두 정당의 공약은 중도를 잡기 위해 결국 비슷해진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약 차이가 그다지 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 경영에 적용할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만들기보다는 많은 소비자들이 무난하게 선호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과점이 형성돼 경쟁이 약화된 시장이라면 기업들은 더욱 더 이런 유혹에 빠지게 된다. 독과점 시장에서 다양한 소비자 상품이 많이 생산될 수 있다는 주장과 반대된다는 점에서 ‘역설’이 성사된다.

<박병률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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