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바 성공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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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맨해튼 그리니치가 구석에 ‘차(茶)와 동정(同情)’(Tea and Symphathy)라는 영국 찻집이 있다.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차와 샌드위치를 팔던 10대 소녀 니키 페리는 21살이 되던 해에 미국을 여행하다가 뉴욕에 영국식 찻집이 없다는 큰 발견을 했다. 여기저기서 돈을 모은 니키는 허름한 창고 건물을 빌려 ‘차와 동정’이란 작은 영국식 찻집을 열었다. 영국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이 찻집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니키는 자신의 성공담을 책으로 펴냈는데, 베스트셀러가 됐다.

<월향본색><br>이여영 지음·에디션더블유·1만5000원

<월향본색>
이여영 지음·에디션더블유·1만5000원

맨해튼에 니키가 있다면 홍대역 부근에는 이여영이 있다. 이여영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기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이여영은 2008년 촛불시위 때 사내통신망에 용감한 글을 올린 일을 계기로 신문사를 그만두었다. 촛불 사태 때문에 보수신문을 떠난 젊은 기자라는 눈초리를 받으면서 홍대 앞에서 혼자 살던 이여영은 자신의 결정에 후회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첫 책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를 펴냈다. 그런 그는 이제 홍대역 부근에서 월향 1호점과 2호점, 그리고 와인포차 문샤인, 그리고 일본 도쿄에서 월향 3호점을 운영하고 있는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개업을 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월향 그룹’의 회장이 된 이여영이 펴낸 이 책 ‘월향본색(月香本色)’은 젊은 나이에 유기농 고급 막걸리로 승부를 건 자전적 성공담이자, 같은 젊은 세대에게 주는 살아있는 인생 교과서다.

저자는 자신이 고급 막걸리 바를 열게 된 것은 단순히 무엇을 하고 싶었고 또 그래야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급 유기농 막걸리를 개발했지만 소비처를 찾지 못한 이상철씨와의 운명적 만남은 저자로 하여금 막걸리라는 신비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무언가 할 일을 찾았다고 생각한 저자는 5000만원을 들고 허름한 건물의 2층을 빌려 월향 1호점을 열었다. 고급 막걸리 바가 과연 잘 될 것인가 하는 걱정은 잠깐이었고, 월향은 고급 막걸리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필자는 저자가 원칙을 존중하면서 창업을 하고 또 경영을 했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새로운 안주 메뉴를 개발했고,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의 유명한 재래 장터를 누볐다. 냉동식품을 대충 가공해서 내놓는 보통 주점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를 한 셈이다. 월향이 자랑하는 막걸리는 다름 아닌 ‘월향’이다. 보통 막걸리보다 원가 4~5배나 되는 고급 막걸리이지만, ‘월향’을 먹어본 사람은 다른 보통 막걸리를 마실 수 없게 된다. 저자는 홍초를 진한 막걸리에 가미한 ‘진미 홍초주’를 최초로 개발했다.

월향은 일본의 NHK, 아사히 TV 등을 통해서 일본에도 소개가 됐다. 저자가 전해주는 일본 TV 제작진의 자세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본 TV 제작팀은 찾아오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열성적으로 취재하며, 촬영을 위해 주문한 술과 안주에 대해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월향이 3호점을 도쿄에서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철저한 일본 방송의 실험대를 통과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장사로 반역하라’면서 ‘젊은 장사의 법칙’을 열거하고 있다. 홍보에 조급하지 말고 마케팅은 느긋하게 하고, 진정성으로 승부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전파하며, 손님이 곧 주인이자 종업원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 같은 ‘반역의 논리’야 말로 가장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통상적인 장사 법칙이란 것은 고작해야 고객을 속이는 얄팍한 수법이란 말이 아니겠는가. 막걸리 바의 상호가 왜 ’월향‘인가에 대한 저자의 해설이 무척 마음에 든다. 달은 해와 달리 자신이 발광을 하지 않고 발광체의 빛을 비추어주는 반사체다. 저자는 자신이 막걸리를 생산하지는 않고 영세하지만 양심적인 제조업자들이 만들어낸 빼어난 막걸리를 팔기 때문에 달을 닮았다는 설명이다.

이상돈<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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