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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양극화 줄이는 이전소득

유럽영화에는 사회보조금 얘기가 자주 나온다. 실업수당, 보육수당, 아동수당, 모자수당, 노인수당 등 종류도 참 많다. 우리야 지금 와서 보편적 복지 혹은 선별적 복지 논쟁이 붙었지만 유럽은 이미 1930년대부터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닦았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실업자 병자 노인 장애인에 대한 사회보장을 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덴마크다. 1933년의 일이다.

올리비에르 나카체와 에릭 토레다노가 공동감독을 맡은 <언터처블 : 1%의 우정>(2011)은 따뜻한 영화다. <완득이>나 <세얼간이> 혹은 <내이름은 칸> 같은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딱이다. 프랑스에서는 2011년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따뜻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을 끌어모은 착한 영화의 힘이다.

[영화 속 경제]언터처블:1%의 우정

모든 것을 다 가진 상위 1%의 귀족,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이 있다. 그러나 신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그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는 도우미가 없이는 움직일 수도, 먹을 수도, 전화받을 수도 없다. 그를 도와줄 도우미를 찾는다. 고집불통이고 제멋대로인 흑인청년이 도우미를 하겠다고 나선다. 드리스(오마 사이 분)다. 그런데 드리스의 꿍꿍이는 따로 있다. 그는 도우미 일을 할 생각이 없다. 그저 도우미 일을 찾는데 신청했다는 증명만 있으면 된다. 그래야 사회보조금을 주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생긴 필립이 드리스에게 제안한다. 2주 동안만 자신을 도와주며 버틸 수 있으면 거액을 주겠단다. 돈도 필요하고 자존심도 상한 드리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 시간이 흐르면서 고용주와 도우미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회보조금을 줄 때 구직활동을 했는지 여부를 따져 묻는다. 일을 할 의사가 없이 국가보조금을 타먹으며 빈둥빈둥 노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사회보조금은 부자로부터 가난한 사람에게 소득을 강제로 이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부자로부터 세금을 걷어 이를 보조금 형태로 저소득층에게 돌려주니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생활보장, 사회보험, 아동수당 등을 이전소득이라고 부른다. 이전소득이란 생산활동을 해서 버는 소득이 아니라 정부나 기업이 바라는 것 없이 공짜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만약 자식이 부모에게 매월 생활비를 준다면 이것 역시 이전소득이다. 이전소득은 경제활동을 통해 창출된 소득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민소득(GDP)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필시적으로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만든다.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주요 국가들은 이전소득을 많이 이용한다. 201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적 이전소득은 가구 월평균 소득의 22%에 이른다. 즉 가구 소득의 5분의 1이 정부 보조금이라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 공적 수당이 거의 없는 나라라고 보면 된다. 개인의 먹고 살 일은 개인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전소득 부족은 개인을 자영업으로 내몰고 있다. 가족들 입에 풀칠이라도 시키려면 장사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게 또 쉽지 않다. 정부 보조금이 적다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실직이 곧 생계위협으로 이어진다. 김종성 미국 브라이언트대 교수는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국제콘퍼런스에서 “이전소득의 증가가 모든 소득원 가운데서 소득 불평등을 가장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보조금을 무분별하게 줄 경우 일하지 않고 정부에만 의지하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근로장려세제(EITC)다. 예컨대 한 가구의 소득을 연간 1700만원으로 상정했다 치자. 이 가구 구성원들이 일을 해도 1000만원밖에 못벌었다면 정부가 부족액 70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해주는 형태다.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보조금과는 다르다.

<박병률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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