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줄줄 ‘샐리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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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

아멜리 뿔랑은 몽상이 많은 소녀다. 어릴 때 학교를 가지 못하고 홀로 자라면서 나만의 세계에 빠졌다. 뿔랑뿐 아니다. 조연들도 나름 몽상 속에 빠져 산다. 사진이 말을 하고, 인형이 말을 한다. 그렇지, 세상은 원래 몽상이었다. 현실은 이성처럼 보이지만, 결국 호접몽이라 하지 않던가.

장-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2001)는 컬트무비에 가깝다.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들여다보려면 어렵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색감을 즐기고, 코미디를 즐기면 된다. 컬트무비의 특징이 그렇듯 호불호가 강할 수밖에 없다.

[영화 속 경제]행운이 줄줄 ‘샐리의 법칙’

뿔랑(오드리 토투 분)은 참 귀여운 소녀다. 아빠에게는 세계 여행의 꿈이 실현되도록, 식당 동료에게는 일생의 사랑을 주선한다. 식료품 가게 청년에게는 자신감을, 50년 전 자신의 보물을 건물벽 속에 숨겨뒀던 장년에게는 추억을 찾아준다. 또 20년간 방에서 느루아르 그림을 그린 ‘유리남자’에게는 그리지 못했던 컵을 든 여인의 표정을 찾아준다. 그리고 찢어진 증명사진을 모으는 남자, 니노(마티유 카소비츠 분)에게는 사랑을 찾아준다. 그 사랑은 뿔랑 자신이다.

어릴 적 뿔랑은 ‘지독히 재수 없는’ 소녀다. 오랜만에 자신의 몸에 닿은 아빠의 손길에 가슴이 두근거렸더니 아빠는 자신이 심장병이 있다고 믿는다. 이날부터 학교를 가지 못한다. 유일한 친구인 금붕어는 어항에서 뛰쳐나오는 자살을 기도한 끝에 버려진다. 엄마는 외로움을 달래라며 그녀에게 중고 사진기를 선물한다. 이 사진기로 여기저기를 찍는데 눈앞에서 자동차 사고가 일어난다. 지나가던 행인이 말한다. “너 때문이야!” 비행기 추락, 화재 등등 TV에서 나오는 불행한 일마다 자신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노트르담 성당에서 아들 하나 낳게 해달라며 빌고 나온 엄마에게는 자살하는 관광객이 떨어진다.

자신이 하는 일마다 꼬이는 것을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공부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고, 간만에 세차를 했더니 비가 내리는 경우다.

머피의 법칙은 투자나 마케팅 심리에서도 많이 적용된다. 마트에서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섰는데 내가 선 줄이 항상 늦게 빠진다. 그동안 주식을 하지 않다 마침내 투자를 시작했더니 주가가 폭락한다. 집을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샀더니 집값 상승이 멈추기도 한다.

사실 10개의 계산대가 있다면 내가 선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가능성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동안 주식 투자를 하지 않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주가가 오른 것을 본 뒤에 뒤늦게 투자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머피의 법칙은 미국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근무하던 머피(Edward A Murphy) 대위가 1949년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공군에서 하는 실험이 계속 틀려 이유를 봤더니 사소한 설계 잘못이 있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그 가운데 한 가지 방법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 누군가는 꼭 그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정재승 교수의 ‘과학콘서트’에 보면 머피의 법칙은 ‘선택적 기억’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선택적 기억이란 의식적으로 강하게 기억된 것은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리는 뇌의 특성을 말한다. 즉 재수가 없었거나 기분 나빴던 일은 또렷이 기억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기억만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지독히 운이 없던 뿔랑은 우연히 한 아이의 50년 전 보물을 발견하면서 삶이 바뀐다. 보물을 찾아주려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일들이 술술 풀리게 된다. 그녀의 인생이 바뀌는 데는 48시간이면 족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을 샐리의 법칙이라 말한다. 뿔랑에게 일어난 최고의 샐리의 법칙은 연인, 니노를 만난 것이 아닐까.

<박병률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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