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평화루트, 강화 해안선 DMZ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코리아 평화 루트인 DMZ(비무장지대)이다. 휴전선 155마일(248㎞) DMZ는 서해바다에서 육지인 인천 강화로부터 시작돼 동해바다의 남쪽 끝인 고성 평화전망대 앞바다까지를 일컫는다.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DMZ를 전문적으로 촬영해온 최병관 사진작가(60·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와 함께 강화 해안선을 따라 그 굴곡의 루트를 따라 걸었다. 


강화지역의 대표적인 DMZ 루트가 끝나는 동막해변의 일몰.

강화지역의 대표적인 DMZ 루트가 끝나는 동막해변의 일몰.

포성이 멈춘 땅은 이제 세계적인 생명벨트를 대표한다. 휴전선 155마일 그 경계의 지대는 지난 60여년의 시간 동안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무인지대였다. 전쟁이 끝나고 난 후 화염으로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 그 죽음의 땅에는 새로운 생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잿더미가 된 그 언덕과 구릉에는 낮은 풀들이 자라 숲이 되고, 그 굴곡진 해안선 길에는 이제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휴전 조약이 성립된 후 60여년 동안에 남북 양쪽의 분계선 사이 비무장지대는 인적이 끊어진 자연상태로 계속 보존되어온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특수지역입니다. 강화는 서해바다의 경계를 기점으로 해안선에 근접해 DMZ의 서쪽 경계의 시작점입니다. 오늘은 강화지역의 대표적인 DMZ 대루트인 연미정에서 시작해 강화 평화전망대를 거쳐 동막해변까지의 일정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최병관 작가는 민간인 최초로 휴전선 155마일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DMZ를 횡단해 사진작업을 해온 사진작가다. 그는 1996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인 신분으로 2년여에 걸쳐 155마일 DMZ를 왕복 세 차례나 횡단하며 역사의 현장을 기록했다. “통일 이후 사라질 휴전선의 모습을 생생하게 필름에 담아놓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DMZ 중 단 한 곳도 사연 없는 곳이 없고, 전쟁의 상흔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민간인으로서 60년 가까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그곳을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영광이었습니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과 생태환경으로서의 비무장지대는 큰 의미를 지닌 곳입니다. DMZ의 출발은 비극이었지만 60년이 흐른 지금은 평화와 아름다움의 성소입니다.”

총 450일 동안 DMZ 안에서 생활을 하며, <회한과 긴장 그리고 소망의 땅 휴전선 155마일>이라는 사진첩을 내놓은 최병관 작가.

총 450일 동안 DMZ 안에서 생활을 하며, <회한과 긴장 그리고 소망의 땅 휴전선 155마일>이라는 사진첩을 내놓은 최병관 작가.

최 작가는 휴전선 서쪽 끝인 강화도 말도에서 금강산이 코앞인 동쪽 끝 강원 고성까지 GOP에서 군인들과 숙식을 함께하면서 총 450일 동안 금단의 땅으로 불리는 DMZ 안에서 생활을 하며, 그곳의 모습을 <회한과 긴장 그리고 소망의 땅 휴전선 155마일>이라는 사진첩에 담았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고 헤어지는 연미정
“연미정이 자리한 월곶돈대는 예전에는 민통선 이북이었는데, 지금은 통제선을 200m 북쪽으로 물린 덕분에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연미정은 월곶돈대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정자로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곳입니다.”

연미정이 자리한 월곶돈대는 강화군 강화읍 월곶리의 해안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 월곶돈대는 조선 숙종 5년(1679년) 윤이제가 정비한 돈대로서 연미정의 이름을 따 연미돈으로 불리기도 한다. 높이 30자, 둘레 30m로 둥글고 모지게 쌓았는데, 현재는 남동쪽 석벽이 그나마 남아 있고 서남쪽 홍예문과 그 주변의 석벽이 일부 잔존한다. 연미정은 삼포왜란 당시 공을 세운 황형(黃衡·1459~1520년) 장군에게 조정이 하사한 정자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국전쟁 등 숱한 전쟁의 역사 속에서 붕괴됐다가 다시 세워졌다.

강화도 최북단 제적봉(制赤峰)에 있는 평화전망대는 일반인도 출입할 수 있는 곳이다.

강화도 최북단 제적봉(制赤峰)에 있는 평화전망대는 일반인도 출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월곶돈대는 한강 진입구에 위치하고 있는데, 연미정(燕尾亭)이라는 정자 이름은 이곳 지형과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바로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여 그 한 줄기는 서해로, 또 한 줄기는 강화해협으로 흘러 그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 하여 ‘제비 연(燕)’ ‘꼬리 미(尾)’ 해서 연미정이라 이름 지어진 것입니다. 연미정에는 뼈아픈 고난의 역사가 배어 있습니다. 정묘호란 때(1627년)는 인조가 후금(청나라)과 굴욕적인 형제의 맹약을 맺은 치욕의 장소가 바로 이곳입니다. 그만큼 이곳은 교통의 요충일 뿐 아니라 국방에서도 꼭 필요한 장소였습니다. 이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기 때문에 여러 물길을 통해 들어오는 적을 감시하기에 최적의 위치였기 때문입니다.”

정자에 올라 내려다보니 북으로 개풍, 동으로는 파주와 김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연미정은 강화 10경의 제3경으로 옛날에는 서해로부터 서울로 가는 배가 이 정자 밑에 닻을 내리고 조류를 기다려 한강으로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발 아래 강물을 바라보다 평화전망대로 길을 잡는다.

평화전망대에서 발치 앞이 바로 북녘땅
강화도 최북단의 제적봉(制赤峰)에 위치한 평화전망대는 2008년 9월부터 조성된 곳으로 일반인도 출입할 수 있는 곳이다. 남북한의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여 평화적 통일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문화관광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적(赤)을 제압(制)한다는 뜻이 담긴 봉우리에 이제야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평화전망대 망배단

평화전망대 망배단

“저기 흐르는 강이 바로 예성강이고, 또 저쪽으로 보이는 곳이 북한의 마을입니다. 저 왼쪽 너머엔 연백평야가 있고, 또 오른편에는 개성, 그리고 송악산도 보이지요. 이곳에서 북한땅까지의 최단거리가 2.3㎞에 불과하며 개성공단까지는 17㎞입니다. 망원경으로 살펴보면 북한의 마을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보입니다.”

해 지는 동막해변과 분오리 돈대
평화전망대는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되어 있으며, 옥외전망대, 북한땅 조망실, 전시실 등이 있다. 북한땅 조망실에서는 전망대에서 조망되는 북한 지형을 모형으로 제작하여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관광객들에게 북한의 현황을 설명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옥외전망대에 오르면 북한땅과 주민생활 모습을 직접 조망할 수 있도록 고성능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북한 황해도 개풍군의 지형을 볼 수 있고, 육안으로도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볼 수 있다. 또 야외 망배단이 설치되어 있어 북한에 고향을 둔 이산가족들이 고향을 바라보며 조상들에게 제를 올릴 수 있다.

강화군 강화읍 월곶리의 해안고지에 위치하고 있는 월곶돈대.

강화군 강화읍 월곶리의 해안고지에 위치하고 있는 월곶돈대.

하루의 일정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강화 동막해변의 화도면에 위치한 분오리 돈대(分五里 墩臺)로 오른다. 분오리 돈대는 강화도 최남단에 위치하는데, 넓게 펼쳐진 갯벌 위로 떨어지는 해넘이의 조망권이 좋아 서해 일몰의 대표적 포인트 중 한 곳이다.

“이제 DMZ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불릴 만큼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세계 유일한 분단의 상징물로 국내외 관광객의 관심지역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도래할 남북 교류협력의 본격화 시대를 맞아 남북통일의 전진기지, 생태계의 보고, 그리고 관광과 역사의 현장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일몰을 바라보던 최 작가는 분단의 상징을 걸으며 답답했던 가슴이 이 동막해변에 서면 비로소 뻥 뚫린다며, 저기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 저편에 다시 해가 오를 것이라며 희망을 덧붙인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길에서 만난 사람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