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성곽, 수원화성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우리나라 성곽 건축 사상 가장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되는 수원화성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특히 수원화성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아름다운 우리의 성곽, 수원화성
수원화성은 서쪽 팔달산을 끼고 동쪽 낮은 구릉의 평지에 쌓은 평산성으로, 팔달산 정상에서 산세를 살리면서 큰 타원을 그리며 석재와 벽돌을 함께 사용해 축조되었다. 도시 중심부를 감싸안은 형태인 수원화성에는 예전 모습 그대로의 4대문이 있다. 남문인 팔달문은 때마침 보수 중이어서 맞은편인 북문 장안문을 높은 곳에서 올라 마주한다. 팔달문과 장안문은 각각 남북의 정문으로 석축으로 된 항아리 모양의 옹성을 쌓고 그 위의 2층에 누각이 세워져 있는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또 서문인 화서문과 남문인 창룡문은 사방이 여장으로 둘러져 있고, 옹성의 입구가 옆으로 나 있는 것이 팔달문과 장안문과 조금 다르다.

수원화성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눈이 내린 방화수류정의 모습.

수원화성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눈이 내린 방화수류정의 모습.

아직도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안문으로 들어 누각에 오르니 성곽 안팎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원 팔경 중 1경인 광교적설(光敎積雪), 멀리 광교산에 눈이 쌓인 모습 아래 긴 성벽이 동서와 남북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장관이고, 그 둘레로 다시 어우러진 현대적 도시의 풍경이 어우러진다.

수원화성은 성곽을 둘레로 하여 안과 밖에 여전히 있는 그대로의 삶이 공존한다. 옛 사람들과 수레가 드나들던 성문으로는 조금은 바빠진 사람들의 왕래가 이어지고, 우마차와 수레가 달렸을 그 한길에는 좀 더 빨라진 자동차의 질주와 경적소리가 지금의 삶으로 이어진다. 장안문에 올라 남문인 청량문 쪽으로 길을 잡는다. 수원화성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대략 어른 걸음으로 2시간 30분 남짓이 소요된다. 밤 사이 눈이 쌓였지만, 성곽길은 비교적 제설작업이 잘 되어 있다.

한류 드라마 보고 한국 찾은 일본인 부부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 관광길에 오른 오스미 다다시 부부는 방화수류정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 관광길에 오른 오스미 다다시 부부는 방화수류정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수원화성의 유일한 수문인 화홍문을 지난다. 일명 북수문으로 불리는 화홍문은 남쪽으로 흐르는 수원천이 성내를 관통하도록 모두 7칸의 홍예문을 만들어놓았는데, 견고한 건축미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외관이 눈에 띈다. 특히 여름이면 7개의 수문에서 세차게 흐르는 수원천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내 수원 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화홍문을 지나 조금 오르면 동북각루다. 각루는 비교적 성곽의 높은 곳에 있다. 사방을 둘러보는 망루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수원화성에는 모두 4곳의 각루가 설치되어 있는데, 전략상 중요한 지형에 위치해 있다. 그 중 흔히들 방화수류정이라 불리는 이곳 동북각루는 화홍문과 함께 수원화성의 대표적인 절경 중 한 곳이다. 특히 수원 팔경 중 팔경인 ‘용지대월(龍池待月)’이 바로 방화수류정의 절경을 일컫는다. 즉 ‘달이 떠올라 방화수류정의 그림자가 물에 반영되어 비추어진 절경’을 말하는 것인데, 지난 1월 방화수류정은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방화수류정은 봄·여름·가을·겨울 그 색을 달리하며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 눈이 내린 방화수류정의 모습도 손꼽는 절경 중 하나. 그래서 성곽의 바깥 쪽으로 용연(龍池)에 물오리들이 다니고 하얀 설경과 어우러진 방화수류정의 실루엣을 담으려는 관광객과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방화수류정에 올라 둘러보니 왼편으로 멀리 장안문이 내려다 보이고 오른편으로 연무대까지 이어진 성곽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부가 함께 한국 관광을 나섰다는 일본인 관광객 오스미 다다시와 오스미 지에미(일본 나고야 미에겐)가 방화수류정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조금 춥지만, 때마침 눈이 와서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많이 많이 반했습니다. <대장금> <주몽> <동이> <이산> 등의 한류 드라마를 보고 한국을 꼭 찾고 싶었습니다. 이번이 처음 한국 방문인데, 오늘 수원 화성을 둘러보고 온양에서 온천하고, 그리고 서울 관광까지 3박 4일 일정입니다. 많이 많이 기대됩니다.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화성행궁 앞에서 펼쳐지는 무예 24기 공연을 관람하고 올라왔다는 오스미 부부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부랴부랴 걸음을 서두른다.

화홍문을 지나 조금 오르면 동북각루를 만날 수 있다.

화홍문을 지나 조금 오르면 동북각루를 만날 수 있다.

수원화성의 꽃, 화성행궁

오스미 부부는 화성행궁 신풍루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무예 24기 공연을 보고 행궁 뒷길을 따라 서장대에 올라 수원시내 전경까지 둘러보고 장안문까지 걸어온 셈이다. 서장대까지 가려면 걸음을 서둘러야 할 듯하다. 서장대는 화성행궁 뒤편 팔달산 정상에 위치한 장대로 수원화성에는 동장대와 서장대가 있다. 특히 서장대는 주변을 살피면서 군사를 지휘하던 군사지휘본부로 사방 100리가 한눈에 보이는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다. 지금도 장안문과 화서문 멀리 광덕산과 수원시내의 빌딩숲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눈 쌓인 성곽.

눈 쌓인 성곽.

또 바로 발치로는 화성행궁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수원화성의 꽃인 화성행궁은 1789년 정조가 팔달산의 동쪽 기슭에 세운 행궁으로 우리나라 행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 행궁이란 임금이 궁을 떠나 지역에 갔을 때 일도 하고 잠도 자던 시설을 말한다.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는 재위 기간 중 모두 열두 차례에 걸친 능행을 거행했는데 이때마다 화성행궁에 머물렀다. 화성행궁은 건립 당시에는 600여칸의 정궁 형태를 이루고 있었지만, 일제에 의해 대부분 훼손됐었다. 1996년 복원공사가 시작돼 2003년 10월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마당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예 24기 공연 등 상설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마당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예 24기 공연 등 상설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제는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마당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예 24기 공연 등 상설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정조의 명을 받은 실학자 이덕우, 박제가와 무예달인 백동수는 1790년에 실전무예 교범서인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했다. 무예 24기는 여기에 실린 24가지 민족 전통의 무예이다. 이날은 올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씨. 그럼에도 무예 24기 시범단원들이 역동적인 무예 기술로 시범을 보이자 관광객들이 갈채를 보낸다. 마지막 기합을 넣으며 추위를 떨쳐내는 그들의 모습이 용맹스러운 장수 같다.

도시와 삶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성곽

연무대의 야경

연무대의 야경

우리나라 성곽 건축 사상 가장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되는 수원화성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특히 수원화성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수원화성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까닭으로 전통의 문화가 도시의 삶과 공존하며 현대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동서남북의 4대문으로는 여전히 사람들이 왕래를 하고 사대문을 빙 둘러가면서 옛터와 새로운 신도시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아간다. 수원화성,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지고 자연스레 그 안에 또 새로운 삶과 문화가 꽃 피어나는 곳이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길에서 만난 사람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