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예능 기가 막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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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매일 100통이 넘는 이메일이 도착합니다. 방송사와 매니지먼트, 제작사 등에서 프로그램이나 소속 연예인들을 홍보하기 위해 보내는 보도자료가 대부분입니다. 프로그램과 연예인이 넘쳐나기 때문에 홍보전도 치열합니다.

김대희 <기막힌 외출 리턴즈> / 코미디TV 제공

김대희 <기막힌 외출 리턴즈> / 코미디TV 제공

7월 22일,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희한한 보도자료를 받았습니다. ‘김대희, 정관수술 소원 이뤄’라는 제목부터 충격적입니다. 보도자료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셋째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 개그맨 김대희가 정관수술을 희망했고, 케이블채널 코미디TV <기막힌 외출 리턴즈>라는 프로그램에서 희망을 이뤄줬다는 겁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주어진 시간 안에 게임에서 이기면 제작진이 출연자의 소원을, 게임에서 지면 출연자가 제작진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출연자들은 손을 쓰지 않고 종이를 옮겨야 했습니다. 어떤 출연자는 엉덩이 근육의 힘으로 명함을 들어올리고, 어떤 출연자는 인중으로 받았습니다. 이런 미션을 수행한 김대희는 ‘선물’로 남성 피임수술을 받았습니다.

보도자료 발송자는 프로그램 제작사였습니다. 수많은 보도자료를 받아보았지만 ‘정관수술 소원을 이뤘다’는 메일은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런 것까지 보도자료를 만들어 홍보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웠습니다.

제작사의 의도대로 혼란스러운 상황은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날 이후 정관수술은 김대희의 연관검색어 중 하나가 됐습니다.

기막힌 사실은 케이블채널의 예능프로그램 수위는 ‘정관수술 홍보자료’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겁니다.

<쇼킹한 걸> / 서울신문STV 제공

<쇼킹한 걸> / 서울신문STV 제공

서울신문STV의 <쇼킹한 걸>은 20대 여성 출연자가 남성용 콘돔을 불어 터뜨리고 샴푸와 비누로 이를 닦게 하는 장면 등 출연자에게 가학적인 내용을 방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최고 제재 수위인 과징금 1000만원이 부과됐습니다.

Ystar의 <특종 헌터스>는 인터넷을 통해 원조교제를 하는 10대 여고생을 찾아가 제작진이 모텔로 데리고 간 뒤 성매매를 위한 조건을 논의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방송했습니다. 또 여성 음모 왁싱(제모)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특정 왁싱업체 상호명을 노출하는 내용을 방송해 과징금 조치를 받았습니다. 과징금 1000만원은 최고 수위지만, 심의기관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해도 여전히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질기다는 남자 성인용품 과연 얼마나 질길까’라는 실험으로 제재를 받은 <쇼킹한 걸>은 이후에도 ‘빨래집게를 얼굴에 몇 개나 집을 수 있을까’, ‘주스, 탄산음료, 소주로 달걀을 삶으면 어떤 맛이 날까’ ‘빨대를 입에 몇 개나 물 수 있을까’ 등 가학적인 소재를 연이어 방송했습니다.

예능프로그램의 목표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걸 겁니다. 더 많은 웃음으로 더 많은 시청률을 모아야 하는 프로그램은 말초적이고 선정적인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의 억지웃음을 만들어냅니다. 웃음의 종류는 구분이 됩니다. 즐거워야 웃음이 나오지만, 뒷맛이 쓴 웃음도 있습니다.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도 구별돼야 할 것입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까지 예능프로그램에서 알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시청자들도 안 보는 것과 못 보는 것은 구별하고 싶습니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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