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드라마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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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을 유혹하는 고전이 있다. 고전은 아니지만 ‘돌고 도는’ 유행 속에 잊혀졌던 무언가가 다시 마음 속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고전의 법칙’과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은 드라마 제목에서도 통한다.

MBC <애정만만세> |MBC 제공

MBC <애정만만세> |MBC 제공

MBC 새 주말드라마의 제목은 <애정만만세>다. 우리 귀에 익숙한 ‘애정만세’가 돌고 돌다가 변주해서 다시 왔다. <애정만만세>의 형님뻘쯤 되는 ‘애정만세’는 1994년 대만에서, 2008년에는 홍콩에서 각각 영화로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부지영·양익준 감독의 손에서 다시 영화로 탄생했다.

2003년에는 SBS 주말드라마 <애정만세>로 탈바꿈했다. 2003년 드라마 속에서 애정만세를 만들어간 건 정찬·이태란·최정원이었지만 올해는 이태성·이보영·서인영이 애정만세를 외친다. ‘만’이 반복돼 5자로 늘어난 <애정만만세>는 ‘애정만세’에 비해 더 경쾌하다.

MBC 드라마 <미스 리플리>도 영화가 먼저다. <태양은 가득히>의 리메이크판인 영화 <리플리>(1999)는 거짓말 때문에 파멸로 치닫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다. 학력을 속이고 많은 것을 얻었다가 파국으로 치닫는 <미스 리플리>는 <리플리>의 한국 버전이자 여성판인 셈이다. 이 드라마는 당초 <굿바이 미스 리플리>였으나 ‘굿바이’가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데다 제목이 길다는 이유로 <리플리>로 바뀌었다. 영화와 같은 제목을 가질 뻔했던 이 드라마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제목이 짧다는 이유로 <미스 리플리>로 최종 낙점됐다.

MBC <넌 내게 반했어> |MBC 제공

MBC <넌 내게 반했어> |MBC 제공

MBC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 역시 노브레인의 노래 제목으로 먼저 유명해졌다. 재미있는 점은 이 드라마의 가제가 ‘페스티벌’이었다는 것. 드라마가 각기 다른 예술을 하는 청춘들이 학교 100주년 기념공연(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은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었던, 엄정화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에는 신하균과 엄지원 주연의 영화가 <페스티발>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페스티벌’과 ‘페스티발’의 차이는 알아서 판단하시길. 다만 엄정화의 노래 ‘페스티벌’은 히트했고, 영화 <페스티발>은 흥행에 실패했다.

23일부터 방송하는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도 익숙하다. 1974년에는 프랑스 영화로, 1992년에는 미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1992년판 <여인의 향기>는 알 파치노의 탱고 장면으로 유명하다.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는 김선아와 이동욱이 출연한다. 비굴하게 회사에 충성하며 아등바등 살던 여행사 말단 직원이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되는 로맨틱 코미디다.

드라마가 유독 선호하는 단어도 있다. 매력적인 소재인 스파이는 꾸준히 드라마 제목에 쓰였다. 11일부터 방송하는 KBS2 <스파이 명월>이 그렇고, 최근 방송한 KBS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완벽한 스파이>가 그랬고, 2005년 방송한 <달콤한 스파이>가 그렇다. 2005년에는 남상미가, 드라마스페셜에서는 장신영이, <스파이 명월>에서는 한예슬이 스파이가 됐다.

SBS <여인의 향기> |SBS 제공

SBS <여인의 향기> |SBS 제공

‘내사랑’은 드라마 제목의 ‘고전’이다. 현재 방송 중인 SBS <내사랑 내 곁에>에 앞서, 2002년에 KBS <내사랑 누굴까>와 MBC <내사랑 팥쥐>가 방송됐다. 2005년에는 SBS <내사랑 토람이>가, 이듬해에는 <내사랑 달자씨>와 <내사랑 못난이>가 전파를 탔다.

여자라는 단어는 고전 제목의 종결자다. 현재는 KBS 아침드라마 <우리집 여자들>이 방송 중이다. 2000년대 들어서만 <내 남자의 여자>, <행복한 여자>, <소문난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 <왕의 여자>, <태양의 여자>, <당돌한 여자> 등 다양한 여자 드라마가 방영됐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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