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감초 ‘개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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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TV 수목극 <로맨스 타운>은 원래 <식모들>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가정부-가사도우미를 거쳐 가사관리사로 불리는 ‘식모들’이 주인공입니다. 박지영, 성유리, 민효린, 김예원 등 ‘젊은 식모’를 이끄는 우두머리는 바로 개그우먼 이경실입니다. 빈집을 지키는 가사관리사라서 동생들을 불러 고스톱도 치고 ‘주인들’ 흉도 봅니다. 친구를 사모님으로 모시게 된 박지영을 위로하려고 ‘주인들’의 흉을 보다 들키기도 하죠. 이경실은 동생들을 위해 먼저 무릎 꿇고 사죄합니다. 비굴하기보다 삶의 무게가 담겨 있어 처연하고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이 사람, <세바퀴>에서 춤추고 노래하면서 큰소리치는 개그우먼 이경실 맞나요?

최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개그맨들의 연기 진출이 눈에 띕니다. ‘개탤맨(개그맨+탤런트)’들이 드라마 속 감초로 자리잡은 거죠.

박성광 |KBS 출처

박성광 |KBS 출처

개그맨 정만호는 윤은혜, 강지환 주연의 SBS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 캐스팅됐습니다.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연기는 처음입니다. 정만호는 강지환이 경영하는 호텔의 도어맨으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개그맨 박성광은 KBS2 월화극 <동안미녀>에 깜짝 출연했습니다. 극 초반 장나라의 엄마가 운영하는 포장마차에서 실직의 아픔을 토로하는 취객 역할이었습니다.

개그맨 문천식은 <싸인>에 이어 SBS 주말극 <내 사랑 내 곁에>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문천식은 여주인공인 이소연의 삼촌으로 등장하는데요, 누나인 김미숙이 학비며 생활비를 대주며 아들처럼 키운 동생입니다. 그러나 한 회사에 오래 붙어 있지 못하고 인생 한 방을 꿈꾸는 애물단지죠. 이소연이 미혼모가 되면서 심각해진 집안 분위기를 좀 가볍게 만들어줍니다.

정준하는 MBC 수목극 <최고의 사랑>에서 공효진의 오빠이자 매니저로 등장합니다. <무한도전>의 바보 캐릭터와는 달리 진지한 모습입니다. 데뷔 전 정준하가 이휘재의 매니저였으니, 진짜 경험에서 나온 진실한 연기겠죠.

이경실

이경실

개그맨들은 만능 엔터테이너입니다. <개그콘서트> ‘슈퍼스타 KBS’ ‘생활의 발견’ 등에 나오는 신보라는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의 합창단원으로 이를 입증했죠. UV라는 창의적 팀으로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유세윤도 개그맨입니다.

무엇보다 개그맨들은 개그 코너를 통해 연기 기본기를 다집니다. 관객들을 웃기는 하나하나가 다 연기 아닙니까. 다른 연예계 직업군에 비해 연기자를 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2005년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임하룡이나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은 이제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립니다.

다만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개탤맨들이 주연이 아닌, 조연이나 감초연기자에 머물고 있다는 겁니다. <남자셋 여자셋>의 주인공이었던 신동엽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함께 출연할 연기자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들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는군요. 결국 실력은 선입견을 이기는 거겠죠?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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