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이게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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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린세스’

‘마이 프린세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추위를 녹이고 있다.
시청률 30%를 훨씬 넘기며 막을 내린 <시크릿가든>은 방영 후에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빈이 입고 나온 푸른색 반짝이 트레이닝복은 동대문과 온라인쇼핑몰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고, 드라마에 등장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의 서적들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일본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13개국에 방영권이 판매된 상태. 총 수출액은 350만 달러(한화 약 40억원) 정도다. 여기에 광고 수입 82억원, OST 음원 수익 20억원 등을 더하면 ‘<시크릿가든> 산업’은 15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시크릿가든>의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부유한 재벌3세인 백화점 CEO 김주원(현빈)이 가난하지만 꿈이 있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과 사랑에 빠진 얘기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MBC <마이 프린세스>는 평범한 여대생이 공주가 된다는 설정. <궁>과 비숫한 내용이지만, 김태희의 푼수끼 있는 모습, 송승헌의 까칠한 재벌3세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 

‘역전의 여왕’

‘역전의 여왕’

MBC 월화드라마 <역전의 여왕>은 아줌마판 로맨틱 코미디다. 잘생긴 연하남 정준호와 결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둔 김남주가 복직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김남주는 복직한 후 이혼한 ‘돌싱녀’가 됐지만, 사주의 아들 박시후가 열렬히 구애한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에 이혼녀, 연하남, 골드미스를 추가해 변주했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거부감도 줄어들면서 이혼은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소재가 됐다. 동방신기 최강창민(심창민)은 SBS 새 월화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이혼한 재벌3세를 맡았다. 그는 21살 때 이연희와 결혼했다가 6개월 만에 헤어진다. 사업차 내려간 제주도에서 전처를 다시 만난 후 진심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까칠하고 도도한 재벌3세, 발랄한 여주인공, 계약동거 등 로맨틱 코미디 단골 소재는 그대로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6개월간 사전제작됐다. 스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편성을 받지 못하다 24일부터 전파를 탄다. 

‘파라다이스 목장’

‘파라다이스 목장’

로맨틱 코미디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선전하는 데 비해, 무거운 주제의 드라마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과정을 중심으로 한 정치드라마 <프레지던트>(KBS2)는 탄탄한 대본에도 불구하고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법의학을 다룬 <싸인>(SBS)도 박신양, 전광렬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마이 프린세스>(MBC)에 뒤지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순정만화’ ‘하이틴 로맨스’ 등의 형태로 꾸준히 인기를 모아 왔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나 <별은 내 가슴에>(1997) 같은 드라마가 이미 십수 년 전 여성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요즘 같이 치솟는 생필품 물가와 전세난,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기름값과 구제역 파동, 여기에 강추위까지 몰아치는 상황에 놓인 시청자들은 더욱 마법 속에 빠지고 싶어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잠시 행복해 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구도 구속할 수 없다. 현실이 피곤할수록 정치나 범죄같이 리얼리티가 반영된 드라마보다는 동화적 세계에 빠져드는 편이 행복하지 않을까.                                                             


<박은경 스포츠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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