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드라마 ‘감초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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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는 가족드라마에 유독 강합니다. 가부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가족(요즘은 부드러운 가장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만)에서 개성 강한 자식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룹니다. 특별히 주연도 없지만 그렇다고 조연도 없는, 모두가 빛나는 드라마. 그런 그녀의 드라마에서 유독 톡톡 튀는 캐릭터가 바로 막내딸입니다. 시대의 신세대를 반영하는데, 자기주장이 강하고, 남자에게 순종하기보다는 남자를 휘두르죠. 당대 예쁜 여배우들이 줄줄이 꿰찼다는 것도 공통점이네요. 김수현 드라마 막내딸의 변천사를 살펴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남규리, ‘부모님 전상서’의 이유리

‘인생은 아름다워’의 남규리, ‘부모님 전상서’의 이유리

‘사랑이 뭐길래’(1991~1992)
대발이 가족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드라마. 이순재, 김혜자, 최민수, 하희라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정에서 자란 하희라가 가부장적인 최민수의 집에 시집오면서 생기는 내용을 그렸습니다.

이 드라마 속 막내딸인 임경옥(지금은 임채원으로 개명)은 모델 지망생이지만 호랑이 아버지 때문에 눈치만 살폈습니다. 무서운 아버지와 오빠에게 얻어터지기도 하지만 눈치를 보면서 가끔 자기주장을 펼치는 캐릭터였죠. 임경옥은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 드라마에 출연했고, 5~6개의 CF모델로 발탁됐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와 실제 모습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고민도 많았다고. 후에 임채원으로 개명하고 개그맨 최승경과 결혼, 지금은 미시스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
30여년 간 대중목욕탕을 업으로 살아온 할아버지와 대가족의 이야기. ‘하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어간 주제가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목욕탕을 운영하는 이순재 할아버지와 강부자 할머니를 중심으로 첫째아들 부부인 장용-고두심, 둘째아들 부부 고 남성훈-윤여정, 막내딸 부부 양희경-송승환. 장용과 고두심은 결혼 안하는 세 딸들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요. 막내딸이 바로 김희선입니다. 김희선은 이 작품으로 신세대의 전형을 보여주는데요. 김호진과 알콩달콩 다투는 모습에 “요즘 애들이 왜 저러냐”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으로 김희선이 신세대 여성 아이콘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임채원에 비해 할 말 다하고 살았지만 공감을 사지는 못했습니다.

‘부모님 전상서’(2004~2005)
자폐아 아들을 혼자 기르며 힘겹게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김희애를 중심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그린 이야기. 송재호와 김해숙이 친정 부모로 나왔는데, 이 집의 막내딸이 바로 최근 결혼한 ‘새색시’ 이유리. 직장에서는 유능한 모범사원. 집에서는 어리광쟁이 예쁜 막내딸. 남자 앞에서는 왕 내숭. 그래서 자칭 다중 인격을 가진 아가씨. 서울에 직장 동료와 원룸을 얻어 따로 사는 신세대 직장인 막내딸을 그렸습니다. 비교적 평범한 현대 여성이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2010~)
제주도에서 사는 재혼가정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막내딸은 바로 문제적 캐릭터인 ‘양초롱’ 남규리. 양초롱은 부부가 재혼해서 낳은 막내딸인데 매일 매일이 즐겁고 행복한 대학생.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란 아이답게 매사에 긍정적이고 타인에 대한 경계심도 전혀 없습니다. 연애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어서 스스럼 없이 ‘어장관리’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다 ‘동건’(이켠)에게 정이 들어 혼쭐이 나죠. 계속되는 양초롱의 무시에 결국 동건이가 결별 선언을 하고, 양초롱은 눈물을 터뜨립니다. 엄마(김해숙)와 아빠(김영철)와는 연애사도 다 털어놓을 정도로 친구처럼 지내는데, ‘목욕탕집 남자들’의 임채원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 시청자들의 눈총은 받았지만, 가족들에게는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김희선도 부러워할 막내딸입니다.

<박은경 스포츠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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