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용하씨가 남긴 ‘나눔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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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어떻게 세상에 출현했나. 그리스 신화 속에서 희망은 신의 저주이자 신의 선물로 그려진다.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는 미모와 재치를 모두 지닌 여성으로, 제우스가 인간을 벌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보낸 창조물이다. 판도라는 프로메테우스가 결국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경고했던 상자를 열어 온갖 재앙이 세상 속에 출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상자 속에는 ‘희망’이 남아 있었다. 인간이 온갖 불행 속에서도 삶을 지탱해나갈 수 있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는 신화적 해석이다. 

[클릭 TV]故 박용하씨가 남긴 ‘나눔의 희망’

그러나 희망이란 글자를 벽에 걸고 정신력으로 버티기에는 세상이 그렇게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전세계 2억5000만명의 어린이들이 학교 대신 일터나 거리로 향하고 있고, 하루 500원이 없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작은 나눔의 실천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기적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1997년 기아체험을 시작으로 14년째 이어온 「SBS 희망TV」는 10월 22~23일 방송을 통해 나눔의 참의미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뜻깊은 시간을 준비한다. 이번 방송은 6개 NGO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가족·청소년 단위의 나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라는 정기후원 합동 사이트를 만들어 온·오프라인상에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나눔을 뿌리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굶주림에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윤소이씨(니제르), 한혜진씨(콩고), 김혜자씨(수단) 등이 어렵고 고단한 일정을 마다하지 않고 나눔의 기적에 동참했다. 

지난 9월 18일에는 문맹률 90%에 가까운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차드’에 현지 어린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요나 스쿨’(YONA SCHOOL)이 문을 열었다. 이 학교 앞에는 고 박용하씨를 기념하는 현판석이 세워졌다. 현판석에는 그의 얼굴과 ’배우 박용하가 세운 학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학교는 고인이 생전에 일본 팬들과 함께 모금한 6000여만원으로 세운 곳인데 제작진은 한껏 기쁨에 들떠 있는 주민들에게 슬픔을 안겨줄 것을 우려하여 박용하씨의 사망 소식은 지금껏 알리지 않고 뒤로 미뤄왔다고 한다. 

이번 방송에서는 희망의 씨앗을 뿌린 후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인이 이루지 못한 나눔의 기적을 동료 배우 박희순이 다시 찾아가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요나스쿨을 완성해가는 아름다운 여정을 담아낸다.

드라마 <온에어>에서 필자와 처음 인연을 맺은 박용하씨는 아프리카로 촬영을 떠가기 전 우연히 필자와 만나 나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지갑에서 돈이 나간다는 물리적 개념을 뛰어넘어 나눔의 참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으며, 말은 쉽지만 사람들이 선뜻 나서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난민구호활동을 펼치며 왕성히 활동하는 미국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나눔의 실천을 높이 평가했었다. 필자 또한 그가 졸리처럼 나눔을 실천하는 배우가 되길 바랐지만, 지금 그는 우리 곁에 없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날의 대화는 내 귓가에 머물러 있고, 그의 수줍은 미소는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들쭉날쭉하게 기온 차이를 보이는 전세계에 인간의 36.5도로 나눔의 체온을 유지하고 싶었던 고 박용하씨. 아이들을 사랑하며 가슴 아파하던 그의 따뜻한 눈빛과 미소가 사뭇 그립다. 그의 말대로 더 이상 희망이 하나의 기적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라며 나눔 속에 핀 희망으로 하루를 살고 또 그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그 희망을 물려주고 싶다. 

<이호석 | S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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