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은 면역성 · 영양 뛰어난 건강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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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을 바꾸자

다양한 음식에 쓰이는 나물의 상징… 장수식품으로 외국에서도 관심

한 식품점 콩나물 매장에 나온 고객이 데리고 나온 아이들에게 푸른 무공해 콩나물을 만져보게 하고 있다. <경향신문>

한 식품점 콩나물 매장에 나온 고객이 데리고 나온 아이들에게 푸른 무공해 콩나물을 만져보게 하고 있다. <경향신문>

날이 풀리고 새싹이 난다는 우수(雨水·2월 18일)가 지나면서 새싹채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꽁꽁 언 땅을 녹이며 자라난 봄나물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력을 주고 잃었던 입맛을 돋우는 데 적격이다. 그중에서도 콩나물은 새싹채소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일족유령(一足幽靈)’의 형상이지만 그 영양가는 다른 어떤 채소와 비견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하다. 콩나물에는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1, B2, C의 함량도 높다. 콩나물의 머리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당분 등이 들어 있다. 몸통에는 비타민 C를 비롯한 여러 가지 비타민이, 뿌리에는 숙취 해소와 해독작용을 하는 아스파라긴산이 들어 있다. 콩나물은 영양학적으로 버릴 게 없는 것이다.

문헌 최초 기록은 식용이 아닌 약용
씨앗 상태인 콩에는 비타민 C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콩이 싹이 터 콩나물이 되어야 비타민 C가 생성된다. 콩나물 무침 두 접시(약 400g)면 어른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C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다. 이게 바로 콩이 만들어내는 ‘발아의 신비’다. 식물은 발아하면서 곰팡이나 박테리아 등의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비타민, 효소, 각종 아미노산 등 신물질을 만들어낸다. 특히 5일 정도 된 새싹에서 비타민 함량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영양학자들은 “콩나물은 면역성과 영양분이 가장 이상적인 초유에 비교될 정도로 뛰어난 건강식품”이라면서 성장기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 음식이다.

그뿐 아니다. 술 좋아하는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술 먹은 다음 날 가장 먹고 싶은 음식 1위가 바로 콩나물 해장국이다. 체내에 들어온 술은 여러 형태로 인체에 영향을 끼친다. 알코올이 분해될 때 졸림, 두통, 구토 등 신체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게 곧 숙취다. 식물성 단백질, 아스파라긴산, 아미노산은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파괴되는 간세포를 보호한다. 콩나물해장국이 숙취 해소에 좋다는 것은 이 때문에 나온 얘기다.

해장국은 ‘술로 쓰린 창자를 푼다’는 뜻의 ‘해정’(解酊)에서 유래했다. 또 우황청심원의 중요한 재료인 대두황권이란 것이 새싹 콩나물을 말린 것이다. 사실 콩나물에 대한 문헌상 최초의 기록은 식용이 아니라 약용이다. 고려 고종 때 문헌인 <향약구급방>에 “콩을 싹트게 한 대두황(大豆黃)을 햇볕에 말린 것을 약으로 섰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로써 말리기 전의 콩나물을 식품으로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콩나물로 만든 음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무침, 볶음, 찌개, 해장국, 비빔밥, 콩나물밥 등 음식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다. 이처럼 다양한 음식 재료로 쓰이는 나물은 없다. 콩나물이 사실상 한국에서 나물의 상징인 셈이다. 그만큼 콩나물이 몸에 좋은 보약 같은 음식이어서 우리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일까.

이처럼 영양학적으로 훌륭한 음식을 다른 나라에서 먹지 않는다는 게 흥미롭다. 우리 민족은 콩나물을 먹는 ‘거의’ 유일한 종족이라고 한다. 일본의 일부 요리책에는 “콩나물은 한국 사람이 주로 먹는다”면서 콩나물에 ‘Korea Soybean’이라는 영어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규태의 <김치의 한국학>에 “서양 사람들은 콩나물 먹는 전통이 없다. 그들이 먹었다면 콩나물이 아니라 녹두 싹인 숙주나물을 먹었을 따름이다. 동양에서도 숙주나물을 먹은 역사는 길지만 콩나물을 먹는 전통은 문헌상으로 보아 우리나라뿐”이라고 적고 있다.

흥정 끝에 한 움큼 더 집어주는 할머니의 손길. <정지윤 기자>

흥정 끝에 한 움큼 더 집어주는 할머니의 손길. <정지윤 기자>

최근에는 일본, 중국은 물론 서양에서도 콩나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음식 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세계적 장수촌으로 이름난 러시아의 푼자 마을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 콩나물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새삼 콩나물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진 계기가 됐다. 최근에 한국의 콩나물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도 2006년 뉴저지 주 버겐 카운티의 클리프사이드 파크를 아시아계 장수촌으로 소개하면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활짝 웃는 한인 할머니 3명의 사진을 곁들인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서는 특히 당시 93세인 송만순 할머니가 “김치와 콩나물 등 채식 위주로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고 말한 내용을 크게 다뤘다. 장수촌을 연구한 하버드대 보건대학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아시아계 여성의 평균 수명은 91.1세였다. 미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77.5세다.

콩나물은 이미 일본 ‘라멘’의 중요한 토핑 재료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콩나물은 주로 검은콩나물이어서 우리가 먹는 노란콩나물과 약간 차이가 있다. 한국에 진출한 베트남 국수 전문점에서는 생숙주나물 대신 약간 데친 콩나물을 토핑 재료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음식도 유행을 타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콩나물의 종주지인 전주에서는 콩나물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전주콩나물해장국과 전주비빔밥으로 유명한 식재전주가 나선 것이다. 음식의 획일성을 지양하고 각 지역에 맞는 음식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게 전주의 포부다. 이른바 ‘콩나물 프로젝트’. 콩나물 음식도 표준화하고 획일화하면서 지역문화의 진정한 맛도 사라졌다.

전주 ‘콩나물 프로젝트’ 추진
미향(味香) 전주가 그 맛을 되찾겠다는 게 콩나물 프로젝트의 요지다. 전주가 콩나물을 재배하는 데 적지임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콩 재배 적지를 조사한 결과, 전주 덕진구가 19.1%, 완산구가 17.8%였다. 그 뒤를 이어 안동이 14.2%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전주 지역의 토질과 수질이 콩나물 재배에 적합한 데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만경강의 발원지인 완주군 동상면 밤샘과 슬치를 지나 전주 시내를 관통하는 맑은 물은 콩나물을 가을 하늘만큼이나 쑥쑥 높다랗게 키워냈다. 특히 풍토병인 디스토마로 인한 토혈을 예방하거나 각기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철분이 이 지역 물에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대두를 쓰지만 전주 콩나물은 눈에 흰 테를 두른 검은콩을 쓴다. 마치 쥐의 눈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쥐눈이 콩(임실지역에서 나는 서목태)을 사용해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전주시는 전주콩나물를 차별화하기 위해 역사와 유래는 물론 관련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함께 기업클러스터 및 박물관 조성 등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품질 향상은 물론 가격 경쟁력을 확충하고 전국의 학교, 병원과 같은 집단급식소,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다양한 요처를 개발해 나가기로 한 것. 그야말로 전주가 ‘노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콩나물은 김치, 불고기와 더불어 좁아지는 국제화시대에 세계 식품으로서 보급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유 식품으로 국제식품 학계에서 판정받고 있다. 콩나물 민족으로서 관심을 갖고 콩나물 음식 개발에 매진하는 전주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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