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분당 율동공원에는 작곡가 박태현 선생의 상징물과 노래비가 있다. 박태현이 누구지? 하다가도 ‘산바람 강바람’(산 위에서 부는 바람~) ‘코끼리 아저씨’(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태극기’(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등을 지은 분이라는 설명에 아! 하고 놀란다. 뿐만 아니라 ‘3·1절의 노래’ ‘한글날의 노래’ 등 대부분 국가기념일 노래가 선생의 작품이다. 지난해 7월에는 성남아트센터에서 ‘박태현 음악제’가 열리기도 했다.
선생의 대표작 가운데 ‘봄맞이 가자’가 있다. “동무들아 오너라 / 달맞이 가자”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음은 이렇게 이어진다.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 달래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1930년대 지어진 이 동요는 지금도 봄을 맞아 초등학교 담 너머로 울려 퍼진다. 예전 산과 들에 파릇파릇 돋아난 달래, 냉이, 씀바귀 ‘내음’으로 어김없이 봄이 돌아왔음을 기억하던 어른들은 아직도 봄이면 그 향취에 설레 아이들 밥상에 나물로, 때론 무침과 국으로 올린다. 이것이 노래에 나오는 달래, 냉이, 씀바귀란다.
냉이 뿌리, 눈 건강과 고혈압에 효과
달래는 추위에 강해 영하 20℃에서도 견딘다. 모진 겨울을 이겨낸 3~4월 달래가 먹기에 제격이다. 그보다 더 두면 나물로 먹기에는 다소 억세다. 살짝 매운맛과 달달한 맛이 조화를 이뤄 된장찌개에 넣으면 그만이다. 나물이나 장아찌, 샐러드로도 먹는다. 비타민과 칼슘, 무기질이 많아 빈혈과 동맥경화 등을 예방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잠이 잘 들게 하는 효능도 있다고 한다. 잎과 알뿌리는 날것을 무쳐 먹기도 한다. 이때 식초를 조금 넣으면 비타민 C가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간직된다. 달래는 뿌리째 먹는 나물이므로 손질할 때 뿌리에 묻은 흙을 손으로 비벼가며 깨끗이 털어내고 뿌리 쪽 둥근 부분의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낸다. 비늘줄기 부분을 칼등이나 방망이로 살살 두들기면 연해진다. 충남 서산과 태안이 집산지인데 태안군 원북면 반계3리 마을회관 앞에는 원북면 18개 마을 농민들이 1969년 자생 달래의 씨알을 받아 처음 재배했다는 유래비가 있다.
냉이는 살짝 데쳐 된장을 넣고 버무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단백질 함량이 많고 칼슘·철분 등도 풍부하다. 춘곤증 예방에도 좋다. 냉이 뿌리는 눈 건강과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냉이국은 뿌리도 함께 넣어야 맛이 좋다. 씁스름한 씀바귀는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좋다. 소화 작용을 돕고 피로를 푸는 작용을 한다. 항산화 효과와 함께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달래와 냉이, 씀바귀는 여리고 연하면서 부드러운 것을 골라야 한다. 되도록 촉촉하게 습기를 많이 머금은 것이 좋다. 달래는 뿌리 부분이 깨끗하고 둥글며 줄기가 깨끗하게 갈라져 있는 것이, 냉이는 뿌리가 희고 긴 것이, 씀바귀는 잎이 깨끗하고 시들지 않은 것이 좋은 것이다.
이들 나물은 고유의 향을 살리면서 영양 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센 불에서 재빨리 데쳐내야 한다. 나물을 무칠 때는 조물조물 잘 무쳐서 양념이 잘 배도록 하되 가능한 양념을 적게 써서 고유의 향과 맛이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을 끓일 때는 쌀뜨물을 이용하면 한결 깊은 맛이 난다. 쌀뜨물에 장을 먼저 넣고 국물을 푹 끓인 다음 야채를 넣고 살짝 끓여야 비타민 파괴도 적고, 변색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