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삼 명성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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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을 바꾸자

세계시장서 값싼 화기삼에 밀려… 각국 기호 맞춘 제품 개발해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마련한 금산 인삼 특설 행사장에서 고객이 매장에 진열된 인삼을 구경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마련한 금산 인삼 특설 행사장에서 고객이 매장에 진열된 인삼을 구경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자연과 함께 야생의 삶을 누려온 인디언. 그들의 삶은 자연과 영적 결합을 하면서 살아왔다. 음식을 영적 접합의 한 도구였다. 음식을 신성하게 여긴 것은 당연하다. 음식이 곧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데 연유한다. 인디언에게 음식은 곧 질병 예방과 치료의 수단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배에 찬 가스를 배출, 변비나 배변 장애가 있는 사람은 고추의 일종인 칠리를 먹었다. 호박은 몸의 독이나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 효험이 있다는 사실도 생활 속에서 터득했다. 파인애플은 혈액 응고를 방지함으로써 혈압조절 효능이 있고 단백질 분해를 촉진함으로써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인디언들이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 아니다.

인삼은 세계 식품산업 블루오션
한국의 음식도 마찬가지다. 한국 음식 문화의 본성은 식약동원(食藥同源)이다. 음식과 의약은 같은 근원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식물은 약으로 써도 좋을 만큼 좋은 생육조건을 갖고 있기에 가능했다. 힘든 조건 속에서도 오래 살거나 생명을 유지한 식물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중 최고로 손꼽히는 약용식물은 인삼이다. 한국에서 자라는 인삼은 고려인삼(Korea Ginseng)이며 1500년의 재배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약효는 브리태니카 사전이 인정했다. 이 사전에 등재된 가장 오래된 한국어 단어 중 하나가 ‘코리아 진생’이다. 고려인삼은 일본의 죽절인삼(Japonica), 중국의 삼칠인삼(Notoginseng), 미국·캐나다의 ‘화기삼’과 종도 다르고 약효도 다르다.

고려인삼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대접받았다. 1978년 세계 인삼 생산량 중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73.2%일 만큼 당시 고려인삼은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고려인삼의 지배권은 2000년을 전후해 깨졌다. 그 뒤엔 한국의 인삼은 인삼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위축됐다. 세계 인삼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홍콩 상인이 값싼 ‘화기삼’을 무기로 세계시장 재편에 들어가면서 명성 높은 고려인삼은 된서리를 맞았다. 1996년에 세계시장 점유율이 3%대로 추락했고 아직 그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는 ‘고려인삼은 혈압을 높인다’는 근거 없는 악성 소문이 일조했다. ‘고혈압 인삼’이라는 오명을 쓴 한국 인삼은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 홍콩이 수입한 국별 동향(2004년 말 기준)을 보면 미국, 캐나다가 92%(3352t)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삼이 블루오션임은 이미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웰빙 문화의 영향으로 인삼 시장은 날로 확대되면서 세계 각국이 ‘인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삼 전쟁의 최대 격전지는 중국 시장이다. 생산한 인삼의 85%를 중국에서 소비한다. 중국의 인삼 시장을 지배하는 게 곧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대 인삼 시장인 홍콩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보세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국의 건강식품은 연간 신장률이 50%에 이른다.

특히 인삼식품은 건강식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인삼을 중국의 대표 브랜드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특히 백두산 일대에서 생산하는 ‘장백산 인삼’을 3~5년 안에 세계 최고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 아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브랜드화하기 위해 상품의 규격화와 표준화 작업은 물론 품질증명 상표도 통일시켰다. 특히 백두산 청정지역에서 재배하는 ‘장백산 인삼’은 고려인삼보다 농약 함유량이 60~70분의 1에 불과함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 측은 1700년 전부터 장백산 인삼을 중의약 약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을 내세우면서 중국의 고유 브랜드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삼을 살펴보고 있는 일본 관광객들. <정원일 기자>

홍삼을 살펴보고 있는 일본 관광객들. <정원일 기자>

이에 한국도 강력히 맞서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2011년까지 총 1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 중국, 일본, 미국 등 각국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인삼은 아직까지 세계에서 최고가로 팔리고 있다. 고려인삼은 화기삼의 5~7배, 중국 인삼보다 12배 정도 비싼 가격에 유통된다. 특히 2003년 사스(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가 아시아를 강타한 후 고려인삼의 시장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2003년 사스가 유독 한국에서만 발생하지 않아 세계인들이 홍삼과 마늘, 김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홍삼을 한국 브랜드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홍삼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얘기다.

홍삼은 인삼을 가공한 것이다. 즉 원료삼(수삼: 인삼은 4~6년 정도 재배한 후에 밭에서 수확을 하는데 가공하지 않은 생삼)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증기로 쪄서 건조시킨 담황갈색 인삼이 홍삼이다. 홍삼은 생삼(수삼)보다 부가가치가 3~4배 높다. 농협중앙회의 한 인삼담당 관계자는 “홍삼 1등품(천기)은 한 상자(300g)당 수백만 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면서 “초고가품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홍삼은 부작용이 없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1984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각국 연구단체에서 홍삼과 관련해 발표한 보고서(총 2993건)에서 홍삼의 부작용이나 역효과를 지적한 내용이 없다.

대한민국 상징 건강식품으로 키워야
문제는 한국 인삼과 홍삼을 산업화하는 데 필요한 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 합리적인 생산·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제품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인증해야 한다. 한방약재 발효식품을 연구하고 있는 김명옥 젠팩스코리아 대표(전 경기대 외래교수)는 “일련의 과정을 완성한 제품은 스위스 파마톤사(社)가 사포린을 이용해 캡슐형으로 만든 자양강장제 ‘진사나(Ginsana)다’면서 “진사나가 현대화한 인삼의 대명사로 통한다”고 말했다. 사실 진사나 제품 하나가 인삼 한 뿌리 나지 않는 스위스를 인삼 수출 1위국으로 만들었다. 진나사는 1년에 30억 달러어치가 세계로 팔려나간다. 김 대표는 “달여서 먹는 인삼이나 홍삼은 동양권을 벗어나면 시음회 기회조차 마련하지 못한다”면서 “품질을 규격화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이지팅(Easyting, Easy과 Eating의 합성어) 제품으로 만들면 인삼산업은 틀림없이 음식산업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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