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참다래 - 새콤달콤한 ‘비타민c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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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조선 태종 때 지은 창덕궁은 조선 임금이 가장 오래 집무를 본 궁궐이다. 건물을 지형에 맞춰 자연스럽게 배치한 궁궐로 1997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순정효황후와 영왕, 영왕비, 덕혜옹주 등 마지막 황실 가족들도 이곳 낙선재에 거처했다. 창덕궁 후원의 대보단(大報壇)은 임진왜란 때 대규모 원군을 파병한 명나라 신종을 추도하기 위해 세운 제단이다. 이미 명나라가 여진족이 세운 후금(後金)에 망한 뒤여서 창덕궁 깊숙이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세웠다고 한다. 그 옆쪽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래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 251호로 650살쯤 됐다고 하니 창덕궁을 짓기 전부터 이곳에 있었거나 혹은 궁궐을 지을 때 조경용으로 옮겨 심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특별히 타고 올라갈 지지대도 없이 이리저리 엉키면서 자라는 모습이 매우 독특하고 또 줄기의 껍질이 얇게 벗겨져 일어나는 점도 특이하다.

심장 혈관질환 예방과 노화 방지
요즘도 깊은 산속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다래나무는 50여 종이 있는데 거의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가 원산이다. 아마도 맛이 ‘달다’고 다래라는 이름을 붙였을 법한데 오래전부터 선조가 즐겨 먹었다. <청산별곡>에도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야생종 중 하나(Chinese Gooseberry)가 양쯔강 유역에 많이 자랐고 약 100년 전쯤 뉴질랜드 사람들이 이를 가져가 품종 개량한 것이 ‘키위(kiwifruit)’라는 과일이 됐다. 날지 못하는 ‘키위’새는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단어고, 여기에 ‘과일’을 덧붙여 뉴질랜드 농민들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이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왔으니 처음에는 ‘양(洋)다래’라고 부르다가 제주와 전남, 경남 등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하면서 지금은 ‘참다래’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참다래는 ‘비타민 C의 보고’라고 할 정도로 함유량이 많다. 사과의 20배, 귤의 5배 정도 된다고 한다. 비타민 C는 멜라닌 색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해 피부를 희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기미, 주근깨, 잡티를 예방한다. 또 칼륨 등 각종 미네랄과 섬유질이 풍부해 몸 안의 심장 혈관질환 예방과 노화 방지, 변비 해소 등에 효능이 있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그밖에 카로티노이드와 파이토케미컬 성분은 항산화 성분과 같은 역할을 해 몸 안의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암을 예방하기도 한다. 참다래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다른 과일과 달리 열매살뿐 아니라 씨까지 먹기 때문이다. 식물의 씨나 꽃에는 생명을 영위하기 위한 각종 성분이 농축돼 있다. 참다래는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효능도 있다.

참다래는 후숙과일이어서 완전히 익기 전에 당도만 기준치 이상 오르면 수확한다. 따라서 입맛에 맞춰 먹는 기간을 조절할 수 있다. 참다래를 고를 때는 껍질 색깔이 윤기가 나고 모양이 둥그스름하고 고른 것이 좋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말랑말랑한 것이 제대로 익은 것이다. 먹을 때는 껍질째 반으로 잘라 조그만 수저로 떠먹으면 된다. 천천히 익혀 먹고 싶을 때는 상온이나 냉장고에 2~3일 보관했다가 꺼내 먹고, 빨리 익히려면 잘 익은 다른 과일과 함께 비닐봉지나 밀폐용기에 담아두면 된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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