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식당에 문화를 가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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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식습관을 바꾸자

외국인에 한식과 더불어 우리 문화를 맛보게 해야 가치 극대화

외국 여성이 ‘한국 국물 요리 맛 시식회’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고 있다. <김문석 기자>

외국 여성이 ‘한국 국물 요리 맛 시식회’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고 있다. <김문석 기자>

한국 음식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궁중 음식은 세계 음식의 최고라는 중국의 만한전석(萬漢全席·만족과 한족의 요리의 정화(精華)를 하나로 묶어 만들어낸 연회상)이나 일본의 가이세키뇨리(會席料理·최상의 재료, 아름다운 모양이 특징인 일본 대표 요리)에도 뒤지지 않는다. 물론 전통 고급요리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 최고의 요리사로 꼽히는 벨투와즈씨는 한국 음식에 대해 “다른 아시아 요리에 비해 다양하고 클래식한 느낌이 장점”이라면서 “양념이 발달했고 음식의 색감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국 음식의 잠재력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토대 위에서 2012년까지 한국을 중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세계 5대 음식 대국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식 산업 기반은 정부의 계획을 뒷받침할 만큼 견고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12년 세계 3대 음식 강국을 목표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음식산업의 좌표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

웰빙푸드 한식 평가는 긍정적
전 세계에 분포한 한국 음식점은 1만 개 정도다. 그나마도 대부분 동포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자영 음식점이다. 우리나라 음식 수출의 95%를 한국 교민과 동포가 소비한다고 한다. 일본 식당은 미국에만 1만 개가 넘는다. 전 세계 일식 음식점 2만4000여 개에서 세계 6억 명이 일본 음식을 즐기고 있다. 2008년 ‘일식 애호가 배가 프로젝트’를 통해 2012년까지 12억 명의 일식 마니아를 만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일본은 2012년 음식 수출 목표액이 무려 1000억 달러고 한국은 100억 달러다.

한식산업은 최근 한류 바람과 웰빙 트렌드에 편승해서 해외시장 성장세를 타고 있다. 2008년도 음식 수출 규모는 53억 달러로 추정된다. 2007년도보다 무려 15억 달러가 늘어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특히 전통주의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복분자주는 ‘럭비공 와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08년 10월 말까지 전통주 수출이 1억868만 달러로 2007년 같은 기간보다 21.1%가 늘었다. 막걸리도 중국·미국 등 14개국에 수출된다. 일본에선 한 병에 우리 돈으로 1만5000원에 팔린 정도로 인기가 높다.

비빔밥, 잡채, 불고기 등도 이미 세계에 잘 알려진 한국 메뉴다. 대한항공과 해외 32개 항공사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삼구개발 동일범 대표는 “승객이 양식 위주의 식단을 가장 선호하지만 최근 불고기, 김치, 갈비찜, 비빔밥, 북어국 등 각종 한식 메뉴에 호응이 크다”면서 “특히 한국 음식을 제공할 땐 단순히 음식만 파는 게 아니라 한국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한식 고유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외교사절 부인들이 한국 전통 혼례 음식을 맛보고 있다. <김문석 기자>

주한외교사절 부인들이 한국 전통 혼례 음식을 맛보고 있다. <김문석 기자>

한국 음식의 정체성을 앞세워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과 식당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식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식약동원(食藥同源)’이다. 곧 웰빙 푸드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미국의 건강잡지 <헬스>는 스페인의 올리브, 일본의 낫토, 인도의 렌틸 콩, 그리스의 요구르트와 함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 <시카코 리뷰>는 최고의 겨울철 영양식으로 한국의 순두부를 꼽았다. 는 설렁탕을 “아침에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아침식사”라며 추천 메뉴에 올리기도 했다.

이런 긍정적 평가에도 한식의 가치가 현실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에 있는 한국 식당에는 고유의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답변이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 선봉을 맡고 있는 조태권 광주요 사장은 “음식은 맛뿐 아니라 문화를 맛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의 국제화는 단지 기호나 취향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베트남에서 한국교민신문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 홍명호씨는 “호찌민 시에 한국 식당이 60개 정도 있다”면서 “10여 개를 제외하고는 한국 사람만 한국 식당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가 없는 식당에서는 긍정적 음식 이미지는 물론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브랜드 가치는 단지 상품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차별성이나 소비자의 인지도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브랜드에도 정체성이 있다. 정체성은 문화를 포괄한다. 음식과 조리법 그리고 식당의 구조에 한 나라 문화가 직·간접적으로 반영돼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도 음식을 문화화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매년 선발해서 파견하는 ‘글로벌 청년봉사단’에 요리 봉사가 포함됐다.

올 1월에 터키, 체코, 슬로바키아로 출발하는 봉사단원 500명 중 60명을 요리봉사자로 구성했다. 강동식 현대기아차 사회문화팀장은 “2007년 여름 파견한 글로벌 청년봉사단 500명 중에는 요리봉사단 100명을 포함시켰다”면서 “음식 교류만큼 수월한 소통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체코의 프리미스텍 조리학교는 2월 4일을 아예 ‘한국 음식의 날’로 지정하는 등 한식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음식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기도 전에 교란 현상이 일고 있는 것도 한식의 국제화에 장애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 최대 음식체인점인 규가꾸의 메인 메뉴는 일식이 아니라 한식이다. 갈비(가루비), 비빔밥(비빔바), 나물(나무루), 국밥(구파) 등 한국 음식을 일본식 이름으로 미국에서 팔고 있다. 규가꾸 레스토랑은 전 세계에 900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세계 5위의 대형 음식체인점이다.

일본 체인점이 미국서 한식 팔아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전통 음식산업화 수준의 제고와 육성은 물론 체계적인 세계화 전략이 시급하다는 게 음식업계의 똑같은 인식이다. 한식의 세계화 전략에 도움이 되는 모델로 스페인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프랑스와 맞먹는 농업대국이다. 특히 올리브유 생산 1위 국가다. 그러나 ‘올리브유 세계 1위 생산국’이라는 이미지를 이탈리아에 빼앗겼다. 한마디로 브랜드 파워에서 이탈리아에 밀린 셈이다. 그래서 나온 브랜드 탈환 전략이 바로 ‘스토리텔링 전략’이다. “2000년 전 로마(이탈리아)는 우리(스페인)의 가장 큰 고객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그렇습니다”라고 광고했다. 이를테면 이야기를 만들어 드라마화한 전략이었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올리브유=스페인’라는 이미지를 찾아왔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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