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축제로 외국인 입맛을 자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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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을 바꾸자

유명 세계축제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 한식의 우수성 해외에 널리 알려야

음식거리축제에서 외국인이 쑥개떡을 맛있게 먹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음식거리축제에서 외국인이 쑥개떡을 맛있게 먹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음식은 사회다. 민족이고 역사며 사상이다. 또 경제학이고 예술이다.”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저술한 <도마 위에 오른 밥상>에 나오는 음식의 정의다. 음식이 결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연료’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지역이든 그 고유한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향토 음식은 그 고장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의 지혜와 습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세계의 다양한 민족과 국가는 사회 풍습에 따라 저마다 고유의 식문화를 발전시켰고, 그것이 하나의 문화 코드로 그 가치를 빛내는 이유기도 하다. 문화 코드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만드는 게 바로 음식 축제다. 음식이 축제와 만날 때 음식 문화는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다. 음식 축제는 곧 문화로서 음식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음식축제 외국관광객 유치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음식 축제를 보면, 음식이 단순히 오감의 미각을 즐겁게 하는 페스티벌이 아닌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세계의 5대 음식 축제로 불리는 프랑스의 망통레몬 축제와 보졸레누보 와인 축제,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나이아가라 와인 축제 그리고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맥주 축제와 같은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음식 축제 모두 예외가 없다. 이들 음식 축제는 그 자체가 문화콘텐츠다. 또 문화 마케팅의 소재다. 음식산업의 강국이 되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문화적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부속연구기관인 ‘우리곡물빵나라’ 김영문 연구위원은 “음식 축제는 세계 음식산업의 흐름을 안내한다”면서 “세계적 음식 축제나 푸드 쇼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음식산업의 세계적인 흐름을 맛보는 것일까. 마치 패션산업의 오트쿠튀르(프랑스 파리)나 리빙 디자인산업의 가구 페어(이탈리아 밀라노)와 같이 음식산업을 선도하는 곳이 어디냐는 얘기다. 강동오 제과·제빵 기능장은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서머 팬시 푸드쇼’(미국 스페셜티 푸드 무역협회인 ‘NASFT·the 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pecialty Food Trade, Inc. 개최’)를 꼽고 싶다”면서 “새로운 브랜드나 신제품이 신고식을 하는 푸드쇼”라고 말했다.

오거닉 푸드(유기농 음식)와 웰빙 푸드와 같은 신개념 음식과 식품이 선보인 곳도 바로 ‘서머 팬시 푸드쇼’라고 한다. 지난해에도 구르메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구르메 푸드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 패스트푸드와 유기농이 접목된 음식이다. 전통적으로 유기농과 거리가 먼 ‘Heat & Eat(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 제품의 음식 재료를 고급화함으로써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낮춘 음식이다. 특히 구르메 푸드는 수작업으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NASFT에 따르면, 지난해 행사 때 73개국 2400여 기업과 2만5000여 명의 바이어 및 식품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고 한다.

최근엔 싱가포르 음식 축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 연중행사 중 하나인 이 축제는 무려 50개가 넘는 음식 이벤트가 열린다. 대부분 행사는 무료 입장으로 유명하다. 2006년에는 46만 명의 방문객이 음식 축제에 참석했는데 이중 15%가 외국 관광객이었다고 한다. 태국도 마찬가지다. 8년 전 처음 시작한 세계 미식가 축제는 세계 최고 요리사들의 향연으로 더욱더 유명해지고 있다. ‘미식가 축제’라는 이름으로 최고 요리사들이 참석해서 뛰어난 요리를 선보이는 축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최근 국내외에서 한식의 세계화에 관심이 커지면서 음식 축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남도음식축제(전남 순천), 강경젓갈축제(충남 논산), 풍기인삼축제, 양양송이축제, 양양남대천 연어축제, 이천쌀문화축제 등 향토음식축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축제는 특산물 생산지에서 그 지역 특성을 체험할 수 있는 음식관광을 자극하는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2008 G 푸드쇼’ 개막식에서 유기농을 주제로 한 세계 최초 유기농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를 공연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지난 20일 열린 ‘2008 G 푸드쇼’ 개막식에서 유기농을 주제로 한 세계 최초 유기농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를 공연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하지만 한국의 음식 축제, 음식관광산업은 초보 단계에 있다. 이는 세계 식품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소비액 기준 2.5%)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 한 해 우리나라 가공식품 수출액은 20억 달러 안팎으로 세계 식품 교역 규모의 0.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한국 음식은 세계에 알려져 있지 않다. 외국인들은 한식을 접할 기회 자체가 부족한 탓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인천·대구·부산 등 주요 도시가 음식 축제를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한식을 고부가가치 문화콘텐츠로 더 나아가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음식 축제를 음식산업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강남 삼성동 코엑스에서 ‘2008 G 푸드쇼’를 개최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낯선 이방인이 가장 손쉽게 토속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게 바로 음식”이라면서 ‘이번 푸드쇼를 통해 한국 음식의 건강성과 안정성을 알려 한식의 세계화를 한층 가속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8 G 푸드쇼’는 ‘당신의 식탁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주제를 설정했다.

경기도가 안전한 먹을거리의 청정지역임을 선포, 일반적인 음식박람회와 차별성을 부여했다. 대구시도 11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동안 ‘2008 대구국제음식관광박람회’를 개최, 대구지역의 향토 음식을 발굴·계승함으로써 ‘대구 음식의 맛’을 선보였다. 서울시도 지난달 10일부터 18일까지 ‘서울을 맛본다(Taste of Seoul)는 주제로 ‘서울푸드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청계광장, 경희궁, N서울타워 등 서울 명소에서 각각 다른 테마의 한식 100선(選)을 소개하여 한식의 맛과 우수성을 홍보했다.

주요 대도시 음식축제 개최 열의
한식을 소재로 한 음식 축제나 음식관광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주변 시장 여건을 꽤 좋은 편이다. 우선 한식이 세계시장에서 ‘건강식’ ‘웰빙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의 비빔밥을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대 음식시장인 미국에서 한식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 세계의 유수한 언론이 김치·순두부·비빔밥·김밥·쌈밥 등 한국 전통음식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2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중국 등 모두 14억50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 지역의 경제력 향상으로 창출될 수요 가치도 무궁무진하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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