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6차산업’ 기지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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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을 바꾸자

농민이 생산·가공·판매 주도하는
‘1차(농업)+2차(가공업)+3차(서비스업)=6차 산업’ 육성

보성 차밭과 보성 녹차. <경향신문>

보성 차밭과 보성 녹차. <경향신문>

정부는 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을 마련하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농식품산업을 미래의 첨단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는 작업이다. 한승수 총리는 11월 11일 ‘제13회 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농식품 산업을 녹색성장시대에 걸맞게 강력한 수출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면서 “올해 말까지 농식품산업의 중장기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우리 농촌은 성장잠재력을 소진해가고 있다. 지난 30년간 농가 인구는 4분의 1로 감소했다. 2000년 국내총생산(GDP) 중 농업생산액은 3.4%에 지나지 않는다. 농촌의 40세 미만 젊은 노동력은 연평균 13.6%씩 줄어들고 있다. 죽어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쏟아부은 정부 예산은 천문학적인 규모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농어촌 구조개선 대책(42조 원), 농촌 발전대책(45조 원) 등 130조 원을 투입했고,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19조 원 투·융자 사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파상적인 지원에도 우리 농촌의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퇴보에 퇴보를 거듭해왔다. ‘고시히카리’라는 쌀로 유명한 니가타(新瀉)현 오우누마 지방에서는 한국 농촌과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논 한가운데 외딴 집이 수없이 많다. 그것은 그 집이 경작하는 농지가 넓다는 뜻이다. 농촌의 살림살이가 넉넉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은 농촌 평균소득이 도시평균 소득보다 20% 정도 높다. 한국은 그 반대다. 농촌 평균 소득이 도시 평균 소득의 8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채수찬 의원(민주당)은 한 기고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도외시한 채 선심성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서 “다시 그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5년 내 식품 수출 100억 달러 목표
정부는 5년 내 식품산업의 10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업+α’의 복합형 기업을 육성해서 농식품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게 그 전략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서 생산 위주의 농업에서 탈피하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농업에서 벗어나는 농촌을 만든다는 게 급선무다.

한 대형마트에서 열린 직거래 장터에서 고객이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둘러보고 있다. <이상훈기자>

한 대형마트에서 열린 직거래 장터에서 고객이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둘러보고 있다. <이상훈기자>

그렇다면 어떤 농촌을 만들겠다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1차 산업인 농업을 6차 산업화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농민이나 농업협동조합이 농산물의 생산·저장·가공·판매를 주도하는 ‘1차(농업)+2차(가공업)+3차(서비스업)=6차 산업’으로 만들어간다는 의미다. 1차 산업인 농업에 가공 산업을 접목시켜 농산업(Agro-Industry)과 식품산업으로 발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가공산업이 안정화한다면 자연스럽게 우수 유통업체도 농산업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전제한 방안이다. 거기다가 농촌의 어메니티(Amenity·인간에게 만족감을 주는 쾌적한 환경) 요소를 한데 묶어 6차 산업화를 완성함으로써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얘기다.

6차 산업화의 효시는 일본 후나카다 협동농장이다. 이곳은 농업현장이 아니다. 농산업 실습장이며 생산·가공·판매·교류를 묶는 복합농산업단지다. 일본 농업 현장시찰단의 일원으로 이곳을 다녀온 김은희(전남 담양)씨는 “가공 과정을 투명유리로 완전히 공개했을 뿐 아니라 판매 시스템도 도시의 대형마트 못지않았다”면서 “작물 재배·가공 과정이 체험관광 명소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체험관광은 농업의 신개념이다. 체험관광은 본래의 인간성을 자극하고 정서를 함양시켜주는 청량제와 같은 것이다. 이런 개념을 도입한 한국의 대표적인 고장은 전남 보성의 녹차밭이 있다. 녹차밭에서 녹차를 생산하고 이를 가공식품으로 만들고 녹차체험장, 녹차해수탕 등 관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관광 활성화 각종 지원 확대
정부는 2002년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해 농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하게 지원해왔다. 또 식품산업을 선도할 식품 클러스터를 지정하고 이를 전국 네트워크로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했다. 이곳은 중국 등 동북아 시장을 목표로 하는 수출 지향형으로 구성할 계획이며 새만금지역에 조성될 농업생산단지, 항만 등과 연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신세계 이마트와 충남 논산시가 기업형 영농법인 ‘팜슨’설립 협약식을 갖고 있다. <신세계 이랜드 제공>

신세계 이마트와 충남 논산시가 기업형 영농법인 ‘팜슨’설립 협약식을 갖고 있다. <신세계 이랜드 제공>

하지만 정부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살려야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대규모 업체가 개척한 유통망을 소규모 전통식품 업계가 공동으로 활용하는 등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협력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업을 6차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기업화라는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형 농식품산업화를 동시에 추진해서 생산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유통구조도 파격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때마침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신세계 이마트가 직접 농축산물 위탁생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세계 이마트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진 영농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논산시와 공동으로 기업형 영농법인 ‘팜슨’을 설립했다. ‘팜슨’은 곧 농산물을 상품화하는 전문 유통회사인 셈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팜슨’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될 각종 상품, 즉 딸기·배·토마토 등을 확보하기 위해 논산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최첨단 유리온실 4만㎡(1만2000평)와 국내 최초의 국내 다품목 팩킹 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유통업체가 1차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기 위해 영농법인을 세우기는 이마트가 국내 최초다.

농식품산업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 규모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게 농업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6년 기준으로 국내 식품 R&D 투자 규모는 약 3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식품 산업 매출액에 대비하면 불과 0.34%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서도 극히 낮은 수준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림기술 개발사업의 식품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등 투자 규모를 2017년까지 2%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장태평 장관은 이에 대해 “규모화된 생산 단계에서 수출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 R&D 투자를 확대해 생산성을 높이고 민간자금을 동원해서 6차 산업형 수출을 전담하는 대규모 농어업 회사를 설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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