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배추 - 한국서 김치로 효용가치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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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중국 양배추(Chinese Cabbage)라는 영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배추는 중국이 원산지다. 동부유럽에 자생하던 야생배추가 중국에 전파되면서 7세기쯤 중국 북부의 양주 지역에서 순무·청경채 등과 자연 교잡돼 지금 배추의 원시형이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여온 것은 13세기쯤으로 보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김장을 담그고 있다. <농민신문 제공>

자원봉사자들이 김장을 담그고 있다. <농민신문 제공>

하지만 배추는 우리 조상이 배추김치를 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쓸모를 갖추었다. 2006년 미국의 <헬스>지가 배추김치를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 선정한 것도 배추 자체의 특성보다 김치를 만드는 발효기술과 원재료 배추의 절묘한 궁합에 주목한 결과였다. 따라서 ‘기무치(Kimuchi)’가 아니고 ‘김치(Kimchi)’이듯, ‘차이니스캐비지 김치(Chinesecabbage Kimchi)’가 아니라 ‘배추김치(Baechukimchi)’가 맞다. 아님 그냥 ‘김치’라고 하든가.

비타민C 풍부 감기에 효과
배추는 현재 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채소다. 중국에선 숭채 또는 백채로 부르는데 흰채소라는 뜻의 백채(白菜)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변하다 보니 배추가 됐다고 한다. 배추가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이라는 책자에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서로 고려 고종 때 펴낸 초간본은 전하지 않고, 1417년에 의흥현 현감 최자하가 개인이 갖고 있던 책을 그대로 인쇄 간행한 중간본만 남아 있다(그것도 우리나라엔 없고, 일본 궁내청 서릉부가 소장하고 있다). 의학서이니만큼 배추도 채소가 아닌 약초로 소개하고 있다.

배추는 감기를 물리치는 데 좋다. 배추를 약간 말려서 뜨거운 물을 붓고 사흘쯤 두면 신맛이 나는데, 이것이 가래를 없애는 약효가 뛰어나 감기로 인한 기침과 가래 증상을 해소하는 데 쓰인다. 몸살 기운이 있어, 온몸이 춥고 머리가 아프면서 열이 날 때는 배추뿌리차를 마시면 효과가 있다. 배추뿌리를 깨끗이 씻어 흑설탕과 생강을 함께 넣고 푹 끓이면 된다. 이처럼 배추가 감기에 좋은 것은 비타민 C를 풍부하게 함유했기 때문이다. 특히 배추의 비타민 C는 열을 가하거나 소금에 절여도 잘 파괴되지 않아 배춧국을 끊이고 김치를 담가도 그대로 남아 있다. 칼슘도 많이 들어 있는데 뼈대를 형성하고 산성을 중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또 배추의 부드러운 섬유질은 변비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누가 무어라 해도 배추를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김치를 담그는 것이다. 배추와 무뿐 아니라 각종 양념채소와 젓갈류를 넣고 발효시킨 김치는 ‘100가지 다른 반찬을 이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몸에 좋다. 익은 김치가 신맛이 나는 이유는 바로 유산균 때문인데, 요구르트의 4배 정도가 들어 있어 장의 활동을 원활히 해 주고 정장작용과 함께 다른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열량이 100g에 18㎉로 낮으며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다. 김치가 식욕 촉진과 다이어트, 변비 및 대장암 예방, 콜레스테롤 감소와 동맥경화 예방, 항산화효과로 노화 억제, 항암 및 면역증강 효과를 낸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윤덕한<농민신문 기자> dkn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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